‘나’는 북한 돕기 시 낭송회에서 시를 낭송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수락한다. 김용택의 시 ‘그 여자네 집’을 낭송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여자네 집’을 처음 읽었을 때, 그 시가 바로 고향 마을과 곱단이와 만득이 이야기를 묘사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제 강점기 때 ‘나’의 고향인 행촌리에서 살던 곱단이와 만득이는 마을의 마스코트였다. ‘연애 건다’는 것을 상스럽게 생각해 온 마을 어른들도 서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두 젊은이가 짝을 이룬다면 얼마나 예쁠까 기대한다. 주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두 사람은 서로 애틋한 사랑을 키우고, 양가는 물론 주변 사람 모두 두 사람이 언젠가는 결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만득이에게 징집영장이 떨어지게 된다. 징집된 다른 젊은이들은 결혼을 서둘렀지만, 만득이는 오히려 곱단이를 과부로 만들지 않기 위해 결혼을 미룬다. 만득이가 떠난 뒤, 곱단이네 식구들은 정신대 징발을 피하기 위해 숨었던 처녀들이 끔찍한 화를 당했다는 소문을 듣고 곱단이를 시집보낸다. 이후 곱단이가 시집간 신의주는 38선이 그어져 갈 수 없는 땅이 되고, 곱단이는 친정과 생이별을 한다. 광복 이후 돌아온 만득이는 같은 마을 처녀인 순애와 결혼한다. 만득이는 일자리를 찾아 순애와 함께 서울로 가고, 6.25 전쟁 이후 행촌리는 북한에 속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친척 어른과 함께 고향 군민회 모임에 가게 된 ‘나’는 그곳에서 우연히 만득이 부부를 만난다. ‘나’는 순애와 자주 만나고, 순애는 ‘나’에게 만득이가 여전히 곱단이를 가슴속에 품고 산다고 하소연한다. ‘나’는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순애가 하는 이야기에 의문을 품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순애의 부음을 듣고 그녀의 장례식장을 찾은 ‘나’는 순애의 젊은 영정 사진을 보고 순애를 이해한다.
순애가 죽은 지 이삼 년 후, ‘나’는 정신대 할머니를 돕는 모임에 나갔다가 만득이를 만난다. ‘나’는 그가 여전히 곱단이를 못 잊고 있다고 생각해 화를 낸다. 만득이는 순애의 오해일 뿐이라며 자신이 모임에 온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만득이는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피해를 받은 사람들도 일제의 피해자라고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렸다.
경기도(현재는 황해북도) 개풍군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조부모와 숙부모 밑에서 보내고 1944년 숙명여고에 입학했다. 1950년 서울대학교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전쟁으로 중퇴했다. 1970년 마흔이 되던 해에 <여성동아> 장편 소설 공모전에 ‘나목’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그 가을의 사흘 동안’으로 한국문학작가상, ‘엄마의 말뚝’으로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1998년에는 문화 관광부에서 수여하는 보관 문화 훈장에 이어 2011년 사후에 금관 문화 훈장이 추서 되었다.
데뷔작인 ‘나목’을 비롯해 ‘세모’, ‘부처님 근처’, ‘엄마의 말뚝’, ‘카메라의 워커’를 통해 6.25 전쟁으로 인한 작가 자신의 혹독한 시련을 냉철한 리얼리즘에 입각해 형상화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살아 있는 날의 시작’, ‘서 있는 여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등의 장편 소설을 통해 여성의 억압 문제를 다루었다. 박완서는 유려한 문체와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으로 현실을 그려 냈을 뿐 아니라, 물질 중심주의와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보여주면서 여성 문학의 대표적 작가로 주목받았다.
나 : 작품 속의 서술자이다. 과거 고향 마을에서의 만득이와 곱단이의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고, 세월이 흐른 후 만득이와 재회하여 그를 통해 우리 민족의 비극을 깨닫는다.
장만득 : 내화의 남자 주인공으로, 일제에 의해 징병에 끌려가면서 연인인 곱단이와 이별하고 해방 후 돌아와 순애와 결혼했다. 외화에서 ‘나’와 만나 일제의 만행에 대해 분노를 드러내며 주제를 구현하는 인물이다.
곱단이 : 내화의 여자 주인공으로, 만득이와 아름다운 사랑을 가꿔 가지만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다른 남자와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하는 비극적 인물이다.
순애 : 만득이의 아내로 만득이와 살면서 자신의 남편이 여전히 곱단이를 잊지 못한다고 오해하여 한평생 곱단이를 질투하고 고통 속에서 살아갔다.
시 ‘그 여자네 집’은 서술자인 ‘나’로 하여금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 매개체가 된다. 또한 산문 형식인 소설에 운문 형식의 시를 배치함으로써 글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작품 전체에 서정성을 부여한다. 독자로 하여금 만득이와 곱단이의 사랑에 대한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시의 제목이 작품의 제목과 같다는 점에서 볼 때, 시 속에 나타난 화자의 태도나 정서 등을 통해 앞으로 전개될 사건이 이와 유사한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의 이야기일 것임을 암시한다.
이 소설은 작가의 고향 근처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정신대를 피하려던 처녀가 죽음에 이르는 사건도 실화로 알려져 있다. 소설의 배경인 일제 강점기의 강제 징용, 정신대 징발, 6.25 전쟁 이후의 국토 분단 등은 실제로 우리 민족이 처한 현실이었다. 작가는 개인의 비극을 통해 민족의 비극을 자연스럽게 일깨운다. 또한, 이 소설에서 인용된 김용택의 ‘그 여자네 집’과 임화의 ‘하늘’또한 실제 작품이다. 글의 도입부에서 작가가 사실적이고 체험적인 형식을 빌린 것도 독자에게 친근감을 주고 작품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런 점에서 이 소설은 허구이면서도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만득이는 곱단이와의 이별이 단지 개인적인 슬픔이나 운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와 분단을 겪은 민족 전체의 아픔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과거의 잃어버린 사랑에 집착하지 않고 그런 아픔이 왜 생겼는지 이성적으로 판단한다. 만득이가 눈물을 흘린 이유는 일제의 강압에 의해 희생된 자와 면한 자의 분노와 한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만득이의 이야기는 곧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다. 이렇게 볼 때 이 작품의 주제는 ‘개인의 아픔과 상처를 통해 본 민족사적 비극과 불행’이라고 할 수 있다.
갈래 : 단편 소설, 액자 소설
성격 : 회상적, 서정적, 체험적
배경
시간적 배경 :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1990년대)까지
공간적 배경 : 38선 부근의 행촌리, 서울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부분적으로 1인칭 주인공 시점)
주제 : 개인의 아픔과 상처를 통해 본 민족사적 비극과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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