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또 한 번 김초엽 작가님의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작가님의 첫 소설집이었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떠올라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았다. 당시 이 소설은 제목에 끌려서 고르게 된 책이었지만 동시에 과학소설에 대한 흥미를 불어넣어 준 책이기도 했다.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과학이 소설과 만나 아름다운 이야기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 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대하여...
이렇게 이루어진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과학적인 것에 이야기를 만들어 미지의 세상을 엿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먼저, 스팩트럼에서 할머니 희진이 옛날 우주에 떨어져 만난 루이들은 영화 아바타를 생각나게 했는데 정말 우주에 우리와는 다른 모습을 했지만 나름대로 사회를 이루어 살고 있는 생명체들이 정말 살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해 주었다. 막상 할머니와 같은 상황이 되면 몹시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도 할머니 희진은 용감했다. 처음에 만난 루이와 또 다음에 만난 루이, 이렇게 계속 몇 번의 루이를 만나면서 희미하게나마 루이를 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언젠가는 그 존재들에 대해서 알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며 기대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공생 가설을 읽고서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소설 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우리의 어린 시절에 그들이 있어서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니...!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해낸 작가의 상상력과 아이디어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상상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단순한 감성적인 느낌의 소설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그 빛은 그 시공간을 초월할 때의 빛의 속도를 의미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빛의 속도보다 빠르면 시공간의 이동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아직은 우리에게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런 소재들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도 만들어지고 있지만 책에서는 빛, 그 자체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우리가 시공간 초월이 가능할 만큼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 보고 싶은 사람들, 가고 싶은 곳에 가는 것에 대한 갈망이 이루어질 수 있을 테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빛의 속도로 갈 수 없기에 그래도 작품 속 안나처럼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안다면 희망, 꿈이라는 단어를 ‘길동무’ 심아 한발 한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희망의 속도로 가면 된다. 그렇다면 내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게 된다면 정확히 가야 할 곳은 어디일까? 이런 의문을 가지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관내 분실, 죽인 이들의 마인드와 만날 수 있다면... 작품 속 지민의 엄마를 향한 마지막 이야기 당신을 이해한다고 했을 때, 이미 화해나 원망 따위의 것들은 필요가 없어졌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이해받는 것은 인간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인 것 같다. 나도 가끔씩은 부모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으니^^ 한 인간이자 개인에서 엄마가 되어야 했던 김은하 씨를,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엄마를 이해했으니 지민 씨도 더 홀가분한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마지막으로 소설을 통해 과학과 더불어 소외된 이들에게 마음을 쓴 섬세함에 놀라고 감탄할 뿐이다. 그리고 다시 또 재미있고도 신기한, 아름다운 과학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으실 작가님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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