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내리는 비로 인해 황 서방은 일을 쉬고 있다. 황 서방은 서울에서 행랑살이를 했는데 아들이 태어나자 돈을 모아야겠다고 결심하고 달포 전 월미도로 온 것이다. 아내와 아이들은 주인집에 맡겨놓고 왔다. 한동안은 돈도 벌고 먹고 싶은 것도 사 먹었는데 계속되는 장마로 일은 하지 못하고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월미도에 양복쟁이가 나타난다. 황 서방보다 훨씬 젊은 아내가 바람이 나서 가출하자 보다 못한 집주인이 황 서방을 찾아온 것이었다. 집주인은 아픈 아이와 두 딸을 떠넘기고 가 버린다.
죽어 가는 아이를 안고 병원에 가지만 오늘 밤을 넘기기 어렵겠다는 소리를 듣는다. 함께 일하는 권 서방이 새 집에 아이가 죽어나가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황 서방은 권 서방의 생각에 동의해 비 내리는 밤길에 아이를 묻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아이가 빨리 죽기를 기다리지만 아이는 쉽게 숨이 끊어지지 않는다. 둘은 계속 걷다가 아이의 숨의 끊어졌다고 생각해 구덩이를 파고 아이를 묻으려 하지만 아이는 아직 숨이 붙어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죽은 아이를 구덩이에 묻는다. 어둠과 빗줄기 속에 황 서방은 아내를 원망하며 통곡한다.
이태준은 동화도 많이 쓴 작가이다. 재미있는 단편들과 동화를 묶어 어린이용 책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1992년에는 젊은 연구자들을 주축으로 상허 학회가 조직되었다. 초대회장은 민충환이며 이후 김현숙, 이종대, 박현호가 회장을 역임했다. 결성 초기 이태준의 작품 및 문학활동을 연구해 ‘이태준 전집’을 간행했다. 상허학회는 이태준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한국 근대문학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한국문학을 도모하고 있다. 학회지로는 ‘상허학보’가 있다.
교과서에도 이태준의 작품 ‘돌다리’와 ‘달밤’등이 수록되었으며 수능특강에도 그의 소설들이 수록되었다.
황 서방 : 착한 심성을 지니고 있지만 가난하다. 월미도 공사장에 돈을 벌기 위해 행랑살이하는 집에 처자식을 두고 왔다. 그러나 아내가 가출하고 집주인이 아이들을 데려와 떠맡게 된다. 죽어가는 아들을 살리지 못하고, 결국에는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묻는다. 무력하고 가난한 전형적인 민중의 모습이다. 자식에 대한 생각이 지극한 다정한 인물이지만 쉽게 화를 내는 다혈질적인 모습도 보인다.
권 서방 : 황 서방의 동료로 아들을 묻으러 가는 황 서방과 비 오는 밤길을 함께한다. 착하기만 한 황 서방에 비해 권 서방은 현실적이고 냉철하다.
양복쟁이(집주인) : 황 서방이 행랑살이하는 서울 집주인이다. 황 서방의 아내가 아이들을 두고 가출하자 아이들을 골칫거리로 여긴다. 황 서방의 소식을 듣자마자 비가 오는데도 길을 나서는 이기적이고 자신만 생각하는 인물이다. 처자식을 두고 일하러 간 황 서방을 비난하며 비정한 인물이다.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인천 월미도이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에 개발 공사가 한창인 곳이다. 황 서방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었다. 그러나 장마가 길어지면서 공사는 중단되고 노동자들은 모아둔 돈을 다 써 궁핍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배경은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처해있는 전형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밤길이라는 배경 역시 인물이 놓인 상황이 배경과 어울려 비극성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아이가 죽기를 기다리면서 계속해서 걸어야 하는 비 오는 밤길에서 아이를 묻을 수 있는 마른땅조차 찾을 수 없는 현실에 비극적 분위기를 형성한다. 무심하게 울어 대는 개구리와 맹꽁이 소리 역시 인물의 상황과 주제에 어울려서 비극성을 보여준다.
아이를 묻은 곳은 질척거리는 산비탈 ‘물구덩이’이다. 비로 인해 아이의 무덤조차 제대로 만들어 줄 수 없는 황 서방의 비참한 처지를 더욱 부각해 작품의 비극성을 고조시킨다.
작가는 ‘하늘은 그저 먹장이요, 빗소리 속에 개구리와 맹꽁이 소리뿐이다’라는 이 문장으로 아이의 죽음과 그 앞에 주저앉아 오열하는 황 서방의 뒤에 덧붙여 소설을 마무리했다. 외부 풍경의 제시로 인물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감추고 객관적이고 담담한 어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여전히 하늘은 캄캄하며 개구리와 맹꽁이는 이런 비극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우는 외부 풍경의 묘사를 통해서 비정한 현실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
황 서방이 놓인 처지를 대변하는듯한 밤길을 걸어가는 황 서방과 권 서방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그리고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곧 죽을 것이 분명한 자신의 아이가 죽기를 기다리며 그 아이를 묻으러 가는 아버지의 심정은 비가 내리는 컴컴한 밤길만으로 모든 것을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감히 그 마음을 상상할 수 없었다.
황 서방은 처자식을 건사하기 위해 월미도에 왔다. 돈이 생기자 자신이 먹고 싶었던 것들도 욕심내서 먹어보았다. 그러나 자신이 맛있는 것들을 먹고 하기 위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황 서방은 빨리 장마가 끝나고 다시 돈을 벌어 처자식과 다시 함께 행복할 날만을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장마는 끝나지 않고 여기에서 전반적인 작품의 비극을 예상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본다. 그렇게 긴 장마를 뚫고 도착한 양복쟁이는 아내가 가출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자녀들을 데리고 왔다. 특히 아기가 많이 아팠다. 병원에 데려가 보았지만 너무 늦어 손쓸 수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을 때 황 서방의 마음은 찢어졌을 것이다.
권 서방의 제안이 처음에는 모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서민의 처지가 그러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그리고 자식을 묻기로 결정한 황 서방의 결단에서부터는 안타까움은 극에 달했다.
죽어가는 자식을 묻기 위해 길을 떠나는 아버지, 자식이 숨이 끊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마음은 감히 헤아릴 수 없었다. 비 오는 어두운 밤길이라는 말로 상상을 해보지만 어디 그 정도의 어둠으로 되겠나 싶었다.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을 통곡해내는 황 서방과 이런 비극을 담백한 어조로 써낸 문장을 곱씹으며 비극은 절정에 달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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