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망원동 브라더스(김호연) /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옥탑방에 모여드는 사람들
망원동 옥탑방에서 사는 30대 만화가 오영준, 어느 날 자신의 데뷔작과 인연이 있는 김 부장이 가족들이 있는 캐나다에서 홀로 들어와 함께 옥탑방에서 지내게 됩니다. 이런 두 사람을 보며 집주인인 슈퍼 할아버지의 잔소리는 융단폭격처럼 날아옵니다. 일감을 찾고자 만화가 선배의 아이 돌잔치에 갔다가 운 좋게 학습만화를 맡게 됩니다. 자신을 학습만화 담당자에게 소개해준 선배는 정작 마감을 지키지도 않고 잠수를 타게 되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그날 만났던 자신의 싸부, 자신에게 만화를 가르쳐주었다니보다는 인생을 가르쳐줬다는 그분은 아내에게 이혼 통보를 받아 망원동 옥탑방으로 오게 됩니다. 세 남자가 살게 되고 여기에 근처 고시원에 사는 만화가의 후배 삼척동자까지 얽히며 옥탑방은 그야말로 만원을 이룹니다.
고군분투 김 부장
이들은 양심이 없어서 옥탑방에 몸을 들일 밀고 지내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게 책을 읽을수록 스멀스멀 느껴졌다. 먼저 40대 기러기 아빠인 김 부장의 경우, 캐나다에 있는 아내와 딸을 위해서라도 구직활동을 하지만 돌아온 건 믿었던 친구의 다단계 영업뿐이었다. 망원동 옥탑방에서 알게 된 싸부를 통해 식당을 열게 되지만 음식이 맛있다고 해서 쉬운 일인가? 열심히 준비해서 시작한 장사는 잘되지 않고 그래도 마지막은 희망적으로 끝났으니 김 부장님의 식당이 잘 되기를 응원할 뿐이다. 그가 끓은 해장국도 한번 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다.^^
실망스러웠던 싸부
싸부, 이 인물을 정말 잘 모르겠다. 자신에게 만화보다는 인생을 가르쳐줬다는데 어떤 걸 가르쳐준 걸까 싶을 정도로 별로 배울 점도 없고 그냥 과거에 그랬나 보다 정도로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끝에는 거의 운이 좋다 할 정도로 영웅이 되어서 새 출발까지 하게 된 인물이라는 생각 만들었다. 새로운 가족들을 만나면서 술도 끊고 새사람으로 거듭났다고 하지만 왜 그 거듭남을 진작에 잘하지 못했을까 싶고 오히려 전부인에게 사과라도 한번 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김 부장은 작지만 노력도 하고 옥탑방 주인에게 미안해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싸부는 철이 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삼척동자의 목표 찾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삼척동자는 저렇게 해서 합격하겠나 싶게 열심히 옥탑방을 드나든다. 그는 아는 게 많아서 우유부단해서 그런 건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푸념을 늘어놓는다. 뭘 하고 싶은지 알면서 사는 사람이 많은지 궁금하다. 명백하게 자신의 목표를 가지고 마음에 큰 꿈을 품으면서 살라지 만 그걸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결론은 잘살고 싶은 건데 뭘 어떻게 잘살고 싶은지 막연하다. 이제는 정말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에는 연체가 없습니다
여기서 다들 돈은 부족하다면서 자주 기분을 내는 모습이 나오는데 읽으면서 계속 그만 기분을 냈으면 싶을 정도로 기분을 자주 냈다. 다들 돈 아껴서 월세도 제때 내고 그러면서 가끔씩만 기분을 내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야 자신들의 인생이 연체되었다고 느끼는 시간이 빨리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생은 연체도 예약도 하루 없는 언제나 대출 중의 상태가 아닐까?
다들 말없이 마음속에 보름달 하나 받아 안고 모습의 구슬이라도 되는 양 닦고 또 닦는 그들의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지금은 비록 힘들더라도 앞으로는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그 희망을 열심히 닦아가는 사람들, 모두 잘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