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에 ‘나’는 대동강으로 경치 구경을 갔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배따라기 노래를 듣게 된다. 그 소리에 이끌려 향한 내 눈에 뱃사람인 듯 보이는 그를 만나게 된다. 그는 영유 사람으로 그에게 물으니 고향에 못 간 지20년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묻는 내게 그는 그저 운명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그의 사연을 듣게 된다.
20년 전 그 남자는 영유에서 아내와 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예쁘고 친절해 종종 그의 질투심을 불러일으켰다. 남자의 생일에는 그가 다시 먹으려고 남겨둔 음식을 실수로 아우에게 주어서 화가 나있었다. 그때 실수로 아내가 자신의 발을 밟는 일이 발생하자 아내를 폭행하기에 이르렀고 말리는 아우도 함께 폭행했다.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에 아내를 위해 떡을 사 왔다. 한동안 잠잠하나 했더니 아우의 그릇된 행동을 예민하게 반응하며 말리지 않는 남편에게 못났다고 말하는 아내에게 또다시 폭행을 가한다.
그 후, 아내가 예쁜 거울 하나를 사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장에 가서 가장 크고 예쁜 거울을 사서 집으로 갔다. 집에 가니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아우와 헝클어진 머리의 아내의 모습을 보고 둘을 오해하게 되고 아내와 아우를 두들겨 팬다. 쥐를 잡다가 그렇게 되었다고 말해도 믿지 않고 폭행을 한 것인데 정말 옷 속에서 쥐가 나왔고 자신의 폭력행위를 후회했다. 하지만 아내는 이내 죽은 채 발견된다. 아우는 그를 원망하며 집을 나가 뱃사람이 되었다. 남자 역시 동생을 찾아 사과하기 위해 뱃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록 아우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풍랑에 조난당해 정신을 잃은 남자가 깨어나 자신을 간호하고 있는 아우를 본다. 어떻게 왔느냐고 묻는 남자에게 아우는 그저 운명이라 말하고 떠난다. 그 후 그는 아우를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이야기를 끝마친 그에게 어디로 갈 것이냐 묻고 배따라기를 부르며 떠난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나는 다음날 일찍 평양성을 향하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배따라기 소리를 듣게 되지만 그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김동인 작가의 사후 1955년에 그의 이름을 딴 동인문학상을 제정했고 1956년부터 시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상계가 주관했고 지금은 조선일보가 주관해 매년 시상되고 있다.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과 달리 지금의 동인문학상은 특정한 작품이 아니라 책에 부여하는 상이다. 역대 수상자들을 보면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김훈 칼의 노래 등 유명한 작품들이 많다.
하지만 이 동인문학상이 기리는 김동인이라는 작가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이다. 그래서 이 상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나 : 우연히 주인공인 남자를 만나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는 인물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밤새 생각을 하다 다음 날 그를 만나기 위해 평양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그를 다시 만나지 못했다.
남자 : 내가 만난 뱃사람, 영유가 고향인 사람이다. 아내를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질투 때문에 아내를 폭행한다. 결국 아내가 죽고 동생이 떠나며 후회의 마음으로 뱃사람이 되어 동생을 찾아다니고 있다.
아우 : 형처럼 배따라기를 잘 부르는 사람이다. 형의 의심 때문에 형에게 폭행을 당하고 결국에는 형수가 사망하자 영유를 떠나서 뱃사람이 된다. 남자가 그를 다시 만나려 노력하지만 만나지 못했다.
아내 : 아름다운 외모에 친절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이로 인해 남편의 질투심을 유발해 수사로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다. 결국 남편의 의심과 반복되는 폭행에 지쳐 스스로 물에 빠져 죽은 인물이다.
작품의 ‘나’를 보면 극단적인 미를 추구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뱃사람 ‘그’의 운명적인 비극이 배따라기라는 예술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작품의 예술적 미의식을 볼 수 있다.
이 소설은 바깥 이야기와 안 이야기가 있는 서사구조, 즉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바깥 이야기는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나’의 시점에서 관찰한 뱃사람과 평양 주변을 서술하고 있다. 그래서 인물의 초점이 내가 아닌 주인공, 뱃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또한 바깥 이야기에서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안 이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취하고 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은 서술자가 소설 바깥에서 전지적인 신처럼 인물의 심리나 행동을 분석해서 서술하고 있는 시점을 말한다. 질투와 오해로 인해서 아내와 동생을 잃게 된 뱃사람 그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배따라기는 감자와 함께 자연주의 소설로 분류된다.
자업자득이 이런 것이다. 이제와 후회한다고 자신 때문에 죽은, 정확히는 자신이 죽인 것이나 다름없는 아내가 살아 돌아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의심과 질투심을 폭행하는 것으로 푸는 사람을 견딘 아내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죽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그리곤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 떡을 사 오는 장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곤 이내 아내가 죽고 자신에게 실망해 떠난 아우를 찾기 위해 뱃사람이 되었겠지만 아마 그는 동생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얼결에 만난 동생이 자신에게 모든 것이 운명이라고 말하는 것도 어쩌면 자신의 과오를 변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음날 내가 찾아간 곳에서 들려온 ‘배따라기’는 어쩌면 구슬프면서도 덧없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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