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아내와 함께 사는 나는 ‘지식인’이다. 항상 햇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방에서 뒹굴며 놀거나 잠을 자며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다. 집에 아내의 내객이 찾아오곤 하는데 아내는 내객들에게 돈을 받으면 나에게 은화를 준다. 하루는 아내가 외출한 틈에 아내가 준 돈을 환전하러 나가지만 돈을 쓰지 않고 여기저기 다니다가 들어왔다. 아내에게 돈을 두자 아내는 다음에는 더 늦게 들어와도 된다며 말한다.
다음날에도 외출한 나는 비를 맞고 돌아와 의식을 잃게 되고 아내는 나에게 역을 주면서 외출하지 말라고 한다. 그 후 나는 그 약이 수면제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집에서 아내의 매춘을 목격하고 도망쳐 다니다 미쓰코시의 옥상까지 가게 된다. 정오의 사이렌이 울리자 나는 의식이 깨어나는 듯하며 날개가 돋기를 염원한다.
천재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작가 이상이 날개의 작가이다. 이상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소설가이고, 시인이고, 수필가였으며 화가와 건축가이기도 했다. 화가가 되고자 했지만 백부의 반대로 경성공업고등학교 건축과를 졸업해 건축가를 했다. 심지어 경성공업고등학교 건축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 경성공업고등학교는 현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이다.
1930년, 12월 12일이라는 장편소설로 문학계에 들어선 그는 초현실주의와 심리소설의 개척자로도 높이 평가받으며 ‘오감도’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을 집필했다.
대부분의 천재가 그러하듯 생전에는 유명하지 않았고 사후에 그의 천재성이 빛났다. 국어 교과서에서 그의 작품을 한 번쯤은 접할 수 있다.
그의 이름을 딴 이상문학상을 제정해 매년 시상하고 있다.
1930년대 서울이 배경이다. 1930년대의 경성(서울)은 백화점, 영화관, 카페, 공원 등이 있는 근대적 도시의 모습이었다. 작품에도 등장하는 미쓰코시백화점은 오늘날 신세계백화점 본점이다. 당시 서울에는 미쓰코시를 비롯해 조지아 등의 일본계 백화점이 있었고 조선계 백화점인 화신 백화점이 있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경성역 대합실의 티 룸 역시 실제로 존재했던 곳이다.
더불어 1930년대의 지식인들은 경제력이 없어서 무기력한 모습의 식민지 지식인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작품 속 ‘나’의 모습에 잘 나타나 있다.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무기력한 모습을 그린 한국 최초의 심리주의 소설이다.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는 것은 인간의 의식을 연속적으로 물 흐르듯 연속적으로 서술하는 기법을 말한다. ‘나’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으며 이를 통해 내가 보이는 자의식의 혼란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이것은 당시 지식인들의 모순된 자의식을 나타내기도 한다.
방이라는 밀폐된 곳에서 억압된 자아의식을 벗어나 자아회복을 하려는 내 심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날개가 다시 돋기를 바라는 나의 모습에서 삶의 의미와 자아를 찾아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내고 있다.
서촌에 있는 이상의 집에 가본 적이 있다. 지금처럼 그를 조금이라도 더 알고 갔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날개와 오감도로 유명한 이상이라는 작가로만 알고서 갔기에 유명한 사람의 공간에 와보았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알게 된 이상은 천재적인 면모를 지녔지만 세상이 알아주지는 않았던 삶을 살았다. 태어나고 큰아버지의 집에서 자라야 했던 그를,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풀었던 큰어머니와 자신을 집안을 일으킬 존재로만 생각했던 큰아버지의 집에서 느꼈을 그의 유년기를 위로해주고 싶다.
작품 속 ‘나’의 의식을 따라가며 읽다 보니 읽는 나까지 무기력하게 만들 정도였다. 여러 작품에서 당시 일제강점기의 지식인들이 느끼는 무기력함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나’의 심리를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나에게 동화된 듯 극도의 무기력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내 자아마저 잃어버리겠다 싶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당시 경성의 모습도 흥미로웠다. 미쓰코시백화점은 이미 다른 곳에서도 익히 들어본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일까, 백화점의 모습이 막 상상이 되고 작품이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백화점 옥상에 올라 날개가 돋아나기를 소망하는 모습을 통해 작품 속의 내가 느꼈을 자유로움, 해방감이 나에게도 느껴졌다.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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