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순이의 수탉은 오늘도 나의 수탉과 싸움을 하며 나의 수탉에게 해를 가하였다. 이것은 점순이가 쌈을 붙여놓은 탓이다. 나흘 전 일을 하고 있던 나에게 점순이가 감자를 쥐어준 일이 었었다. 혼자서 일을 하느냐고 물으며 잔소리를 늘어놓은 뒤 감자를 내밀었다. 자존심이 상했던 나는 감자를 거절하였다.
어느 날 나무를 하고 돌아오는데 점순이가 우리 집의 씨암탉을 괴롭히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분한 마음이 들지만 점순이네는 마름이기 때문에 참아야만 했다. 그리고는 수탉을 붙들어 고추장을 먹이는 특별조치까지 취했다.
그러나 점순이는 수탉끼리 싸움을 붙였고 나의 수탉이 당하고 있자 화가 나 점순이네 수탉을 죽이고 만다. 곧 ‘나’는 점순이네 수탉을 죽였다는 사실에 울음을 터뜨리고 그런 나를 점순이가 달래준다. 그리고 점순이는 나의 어깨를 짚은 채로 쓰러지며 우리 둘은 노란 동백꽃 속으로 파묻힌다. 잠시 후, 점순이를 찾는 어머니의 소리가 들리며 점순이는 산 아래로, 나는 산 위로 도망간다.
1935년에 등단한 김유정 소설가는 이 작품 ‘동백꽃’을 1936년에 발표하였다. 그는 어린 시절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면서 여성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고 한다. 애정결핍의 후유증으로 말을 더듬다가 후에 그것을 고치는 등 어려움이 많은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일까 그는 한 여인에게 심각하게 집착했고 스토킹 행위까지 벌였다.
우연히 보게 된 박녹주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 김유정은 그녀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미 남편이 있었던 박녹주는 김유정을 타이르며 거절을 했지만 계속 그녀에게 선물과 편지 등을 보냈다. 박녹주는 그것을 받는 족족 버렸다. 그때부터 김유정은 박녹주를 스토킹 하기 시작했다.
김유정의 스토킹 행각은 더욱 심해져 그녀에게 혈서를 보내기도 하는 등 박녹주는 외출도 힘든 지경이 되었다.
참다못한 박녹주가 김유정을 집으로 불러서 다그쳤고 되려 김유정은 박녹주에게 소리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이내 곧 김유정은 박녹주에게 사과했고 그 후 김유정의 스토킹은 멈추었다. 그래도 김유정은 끝끝내 그녀에 대한 집착을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한 듯했다.
점순이 : 마름집의 딸이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나’에게 서운하다. 그래서 나를 괴롭히기 위해 닭싸움을 붙이고 씨암탉을 괴롭힌다. 봄봄에서 나오는 점순이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나 : 순박한 농촌 청년으로 점순이에게 호감이 있지만 정작 점순이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리고 점순이에게 무뚝뚝하게 대한다.
감자 : 나에 대한 점순이의 관심을 나타낸다. 하지만 ‘너희 집에는 없지?’라며 말하는 점순이에게 자존심이 상한 내가 감자를 거절하며 점순이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점순이와 나의 갈등이 발생하는 계기가 된다.
닭싸움 : 내가 거절을 하자 마음이 상한 점순이가 앙갚음을 하기 위해 이용한 수법이다. 닭싸움을 통해 나와 점순이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동시에 닭싸움을 통해 점순이가 나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것도 있다. 즉, 점순이의 나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반어적 소재라고도 볼 수 있다. 마지막에는 내가 점순이네 닭을 죽이고 눈물을 흘리자 점순이가 달래주면서 점순이와 화해를 하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동백꽃 : 작품의 향토적이고 서정적인 배경을 나타내 주는 소재이다. 점순이와 나 사이에 피어난 사랑을 표현해주는 소재이기도 한다. 작품의 후반 내가 동백꽃 때문에 아찔해졌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그것은 사춘기에 접어든 내가 점순이에게 느낀 사랑의 감정 때문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즉, 동백꽃은 나와 점순이의 화해를 나타내는 동시에 순수한 사랑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소재이기도 하다.
동백꽃은 봄봄과 마찬가지로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나의 심리를 자세히 알 수가 있다. 더불어 점순이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통해 해학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이 향토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강원도 농촌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향토적인 소재의 등장까지 향토성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또한 작품에서 사용되는 강원도 방언과 순우리말을 통해 향토성을 엿볼 수 있다.
동백꽃은 우리가 알고 있듯 붉은색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동백꽃을 가리켜 노란 동백꽃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강원도 지방에서는 동백꽃이 생강나무 꽃을 가리키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따라서 작가는 이른 봄에 노란 꽃을 피운 생강나무를 노란 동백꽃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은 한컴타자연습을 해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작품일 것이다. 물론 타자연습을 하는 동안은 타자 치기에 집중하느라 작품을 음미할 겨를은 없었다. 그래서 나 역시 제대로 이 작품을 접한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인 것 같다. 눈치 없이 점순이의 마음을 몰라주는 주인공의 모습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마름집의 딸 점순이와 그 밑에서 일하는 격인 자신의 처지가 비교가 되기도 했겠지만 무엇보다 점순이의 눈밖에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 때문에 점순이의 마음은 눈치챌 겨를도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주인공에게 나름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 점순이의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하필이면 닭을 괴롭히는 방식이라니 하마터면 주인공에게 제대로 미움을 살 뻔했다. 그래도 결국에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고 앞으로 둘이서 풋풋한 사랑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니 나름대로 설레는 결말이었다. 이제 더 이상의 닭싸움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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