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교에서 기숙사내 사감으로 근무하고 있는 B사감은 노처녀이자 독신주의자이다. 이 사감은 학생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남학생들에게서 날아오는 러브레터를 끔찍하게 싫어한다. 러브레터가 날아오면 학생을 불러놓고 잔소리를 하기 일쑤다. 가족조차도 남자라면 면회를 오지 못하게 할 정도로 남자는 절대 금지다. 결국 화가 난 학생들이 동맹휴학을 하고 교장선생님이 B사감에게 주의를 주기에 이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어느 날부터 밤중의 기숙사에서 나는 소리를 따라 여학생 3명이 구경하러 갔다. 그 소리가 나는 곳은 다른 곳도 아닌 사감실이었다. 조용히 사감실을 본 여학생들은 B사감이 혼자서 학생들에게서 압수한 러브레터를 들고 원맨쇼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B사감의 행동을 본 여학생들은 기가 막혀하며 작품은 끝이 난다.
운수 좋은 날의 작가 현진건이 이 작품의 작가이다. 현진건은 일제강점기에 일제를 위한 작품을 써야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던 상황에서 타협을 거부한 독립운동가였다. 그 공적을 인정받아 2005년에 대통령 표창에 추서 되기도 했다. 그 결과로 가난에 찌들어 살아야 했다. 1932년에는 형 현정건이 별세하고 형을 추모하기 위해 장편소설 ‘흑치상지’를 연재하려 했지만 일제의 방해로 힘들어지자 이에 상심하여 폭음을 하기에 이른다.
그 당시의 수많은 문학가들이 변질해 친일행위를 한 것과 대조된다.
한 가지 더 눈여겨볼만한 점은 그의 깨끗한 사생활이었다. 물론 깨끗한 사생활이 훌륭한 작품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서 서술한 이러한 모습들이 현진건을 더 괜찮은 문학가로 보이게 만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자유연애가 확산되고 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자유연애라는 개념이 흔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조혼이 이루어지기도 했으며 집안끼리 혼사를 맺는 것이 흔했다. 하지만 작품의 배경이 되는 당시에는 사회적 전통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연애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개화기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자유연애가 널리 유행처럼 퍼져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반전이 가장 큰 포인트가 된다. 작품의 초반 B사감이라는 인물은 40대의 노처녀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에 독신주의자이다. 게다가 남자라면 아주 치를 떠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특히 남자라면 가족이라도 면회가 안 된다는 방침을 보이며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남자를 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러브레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자로부터 러브레터를 받은 학생이라면 그것이 그 학생이 한 일이 아님에도 불러서 과도하게 꾸짖었다. 그런데 그런 B사감이 밤에 혼자 러브레터를 보며 열렬한 일인극을 하고 있었다. 대단한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여학생들이 밤에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그 소리를 따라갈 때만 해도 반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렇게 삼엄한 와중에도 연애를 잘도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고 끝내 그 소리가 사감실에서 난다고 했을 때도 B사감이 연애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연애를 하면서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엄격하게 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결과는 상당한 반전이었다. B사감은 어쩌면 자신의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연애에 대한 갈망을 꽁꽁 숨기는 인물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자신은 독신주의자이며 독실한 신자인 것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B사감의 이중적인 심리가 끝내는 작품을 반전으로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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