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거꾼 김첨지는 아픈 아내가 오늘은 나가지 말아 달라는 말에도 일을 나갔다. 그날은 며칠 허탕을 치던 김첨지에게 행운의 날이었다. 얼다가 만 비 때문에 손님이 많아 오랜만에 많은 돈을 벌게 되었기 때문이다. 김첨지는 빨리 아내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려 가려했지만 계속되는 행운으로 계속 일을 했다. 그리곤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게 되고 아내가 먹고 싶어 했던 설렁탕을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집은 침묵으로 가득했고 아내는 죽어있었다.
현진건은 소설가이자 언론인이기도 한 인물이다. 1900년에 지금의 대구시 중구 계산동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참고로 그곳에는 지금도 시인 이상화의 고택이 있는 곳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상화와 같은 날 1943년 4월 25일에 사망했다는 점이다. 두 명의 훌륭한 문학가를 잃은 날이 된 셈이다. 소설가 현진건은 운수 좋은 날로 많은 학생들이 알고 있겠지만 동아일보 사회부장으로 지내며 손기정 선수의 사진에서 가슴 부분에 박힌 일장기를 삭제한 인물이다. 당시 이러한 사건이 있었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거기에 현진건이라는 인물이 있었다는 점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운수 좋은 날’의 배경은 1920년대이다. 1920년대라면 일제가 문화통치라는 이름으로 통치하던 시기였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본 점은 인력거꾼 김첨지가 운행하다가 마주친 전차를 탐탁지 않아한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전차는 1899년에 서울에서 처음 개통되었다. 한 칸에 40명 정도 탈 수 있었던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교통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심심찮게 이 전차를 이용했을 것이라는 점이 짐작되었다. 이런 전차 때문에 인력거꾼이었던 김 첨지의 생계에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포인트는 ‘아이러니’라고 볼 수 있다. 아이러니는 겉으로 드러난 것과 실제 사실 사이의 괴리를 나타낼 때 쓰는 용어이다. 제목 ‘운수 좋은 날’부터가 아이러니이다. 아내가 죽던 날 김 첨지는 겉으로 보았을 때는 하루 종일 운수가 좋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내가 죽은 굉장히 비극적인 날이 된 셈이다. 행운 같던 돈벌이가 계속될수록 아내에 대한 불안감은 커져만 가는 아이러니한 하루가 되었다. 그리고 이 아이러니로 인해 작품의 비극성은 배가되는 효과를 지닌다.
1920년대 단편소설로 사실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일제강점기의 하층민의 비극적인 삶을 김첨지라는 평범한 인물을 통해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오랜만에 추억을 떠올리며 펼쳐본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읽고 충격에 빠졌다. 퍽퍽한 삶을 살아가는 하층민의 모습이라고는 하지만 아내를 함부로 대하는 김첨지의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김첨지의 모습은 아내에게 욕을 일삼는 모습이었다. 물론 그것이 김첨지가 아내를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원망이 섞인 울부짖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 죽어가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말을 내뱉었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든 작품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이 교과서에 실린 그때 그 작품이었다고?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점을 배제하고 본다면 분명 일제강점기의 처참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잘 담겨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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