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의 머슴살이를 하고 있는 데릴사위인 나는 장인의 차녀 점순이를 아내로 맞이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장인은 점순이의 키가 작다는 이유를 들며 결혼을 시켜주지 않고 점순이를 잘 만나게도 해주지 않는다. 사실 이런 장인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주인공인 나의 노동력을 빼먹기 위한 것이었다. 전에도 이런 식으로 데릴사위를 들였지만 다들 머슴 노릇 하다 지쳐서 도망쳤다. 장인은 이전 데릴사위들에 비해 부려먹기 좋은 나를 붙잡아두려 한다. 장인에게 혼인을 요구해보지만 그때마다 무산될 뿐이었다.
어느 날 점순이는 장인에게 성례를 시켜 줄 것을 조르라며 나를 채근한다. 결국 장인에게 대들기 시작한 나는 장인과 대판 몸싸움을 벌인다. 치고 박기를 반복하던 중 자신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 여겼던 점순이가 아버지의 편을 들자 얼이 빠진다. 결국 가을에는 꼭 성례를 시켜주겠다는 약속을 장인으로부터 받아내고 나는 다시 일하러 나간다.
봄·봄의 작가는 김유정이다. 1935년 소설 ‘소낙비’로 등단하였다. 1937년에 사망하기까지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작품을 창작했다. 특히 농촌을 소재로 한 소재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그의 집안을 살펴보자면 그는 청풍 김 씨 집안으로 조선 시대의 명문 가문 중 하나였다. 여기에서 눈에 띄는 점은 그의 조상 중에 김육이라는 분이 있다는 점이다. 김육이 누구인가? 그는 일평생을 대동법에 바친 인물로 유명한 분이다.
또한 그의 집안은 부유했는데 그가 10살도 되기 전에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까지 돌아가시며 형으로 인해 가세가 기울었다. 특히 죽기 전에는 병과 가난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매우 30도 안된 이른 나이에 사망했다.
경춘선에 김유정 역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역이 있는 주변에 김유정문학촌이 있다. 인물 이름을 역 이름으로 사용한 한국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30년대의 일제강점기이다. 이 시기는 지주, 마름, 소작인이라는 구조가 형성되어있던 시기로 일제의 수탈에 극심한 빈곤에 시달려야 했던 시기다. 이 작품에서 장인은 마름이다. 마름은 일종의 지주들의 대리인으로 지주들을 대신해 소작인들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소작인들에게는 강자인 셈이다. 그래서 내가 중재를 요청했던 구장도 소작인이라 장인에게 대항해 내편을 들어줄 수 없었던 것이다.
봄·봄이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해석을 할 수가 있다. 우선 소설의 계절적 배경이 되는 봄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점순이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에 든 봄 같은 것과 점순이가 나를 사랑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순이의 봄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소설의 결말에 나오는 장인이 내년 봄에는 성례 시켜주겠다고 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봄으로 볼 때, 내년에도 다시 성례를 미룰 것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암담한 현실이 반복될 것을 상징하며 또다시 갈등의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첫 번째 포인트는 소설의 시점에 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적으로 나의 입장에서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은 이야기에 중심적인 인물인 ‘나’가 듣고 보고 겪은 바를 서술하고 설명하는 방식을 말한다. 어수룩한 ‘나’의 시선으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더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작품의 해학성이 더 부각된다.
이 작품은 역전적 사건 구성, 즉 역순행적 구성을 하고 있다. 보통 소설의 순서라면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절정과 결말의 순서가 바뀌어져 있다. 절정 부분을 결말의 뒤로 뒨 구성을 통해 장인과의 싸움 장면의 희극성을 극대화한다. 이를 통해 작품의 긴장감과 해학성을 높이는 효과를 주고 여운까지 살리고 있다.
장인에게 노동력을 착취당하면서도 점순이와 결혼을 하기 위해 꾹 참는 주인공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자신이 장인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본인만 빼고 모두 다 아는 상황이 우습기도 했다. 자신을 빼고도 전에도 이런 식으로 당한 데릴사위들이 많았다니 장인도 참 지독하리만치 고약한 사람이다. 점순이는 장인의 둘째이니 이제 셋째 딸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나의 노동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스스로 점순이와의 결혼을 포기하고 나간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여러 가지가 기폭제가 되어 폭발한 주인공이 장인과 몸싸움을 벌일 때에는 작품의 재미가 극에 달했다. 게다가 점순이의 배신스러운 태도까지 보았으니 나였다면 점순이와의 결혼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바보 같은 주인공은 또다시 내년 봄까지 열심히 노동만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의 제목이 가리키는 상징성처럼 노동은 언제까지고 돌고 돌 것이다. 점순이의 키가 얼른 자라서 장인의 핑곗거리 하나가 줄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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