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열 살 안팎인 때의 과거 이야기이다. 후한 인심으로 동네 사람들의 존경을 받은 오생원이 있었다. 오생원의 집에는 인물은 별로였지만 부지런한 벙어리 삼룡이가 있었다. 그리고 늘 그런 삼룡이를 괴롭히는 주인 아들이 있었다. 삼룡이에게 함부로 하는 주인 아들이었지만 삼룡이는 세상을 원망할 뿐이었다. 그리고 주인 아들에게는 늘 충직했다.
어느 날 주인 아들은 괜찮은 양반집 처녀와 혼인을 하게 된다. 자신과는 비교되는 괜찮은 신부에게 열등감을 느끼며 아내를 미워하며 구박했다. 그런 새아씨를 삼룡이는 안타까워했다. 삼룡이에게 고마워서 새아씨가 만들어준 쌈지에 분노한 아들에게 맞고, 아씨를 구해준 일로 이상한 소문이 나서 맞고 결국 삼룡이는 주인집에서 쫓겨난다.
그날 밤, 오생원의 집에는 불이 난다. 삼룡이는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주인을 구하고 죽으려고 이불을 둘러쓴 채 누워 있는 새아씨를 안아 들고 지붕 위로 올라간다.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행복한 미소를 짓는 삼룡이의 모습으로 작품은 끝난다.
본명은 나경손, 일제강점기의 소설가인 나도향이다. 나도향은 독립운동가인 나동규의 손자로 그의 집은 독립운동의 영향으로 가세가 기울어있었다. 1922년 소설 ‘젊은이의 시절’을 발표하며 데뷔하였고 1925년에 ‘벙어리 삼룡이’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그는 1926년, 병으로 인해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삼룡이 : 이 작품의 주인공인 벙어리 삼룡이는 오생원네 하인이다. 인물도 없고 벙어리이지만 성실한 모습으로 오생원의 신임을 얻고 있다. 하지만 오생원의 아들로부터는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이 안타깝기까지 한 인물이다. 그는 그러한 상황에서 탈피할 생각은 하지 못한 채 그저 그런 세상만을 원망하는 모습을 보인다. 당시 시대가 만들어낸 한계로 보인다. 자신을 괴롭히는 주인 아들이지만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당할 때는 대신 싸워주는 충심을 보이는 인물이다. 특히 자신이 오해를 받은 상황에서 자신을 외면한 오생원이지만 끝내 불길 속에서 자신이 다쳐가면서까지 그를 구해주는 충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오생원 :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숨은 문제적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아들이 버르장머리가 없음을 알면서도 어리다는 핑계를 대며 아들을 교육시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 아들은 당연히 계속해서 나쁜 행동을 일삼았고 이런 비극적인 결말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인심이 있는 인물로 그려지지만 결국 그것은 버릇없는 아들로 인해 무너질 것이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액자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액자소설은 하나의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 소설을 의미한다. 대게 액자 밖의 이야기와 액자 속의 이야기의 시점이 다르다. 인칭 서술자인 ‘나’가 과거를 회상하며 또 다른 이야기, 벙어리 삼룡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방식이다.
하인인 벙어리 삼룡이와 새아씨라는 설정에서부터 비극의 조짐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었다. 폭력적인 주인 아들의 모습과 따뜻한 시선의 삼룡이의 모습이 대비되었다. 아내에 대한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못난 모습의 아들에 비해 삼룡이는 그런 훌륭한 모습의 아씨를 진심으로 공경했다. 결국 이러한 설정들이 비극으로 돌아와서 안타까웠다. 행복해야 할 새색시인 아씨가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죽고자 했을 때, 그리고 그런 자신을 기꺼이 도와주었던 삼룡이 맞아서 쫓겨났을 때 모든 게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집의 불은 누가 지른 것일까? 누가 질러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추측을 해보자면 아씨가 질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처음에는 삼룡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나중에는 이불을 둘러싸고 있었던 아씨가 불을 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좋은 사람이 비극적인 상황에 놓이는 것은 현실이나 작품에서나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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