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순이는 시골의 가난한 농부다. 땡볕이 내리쬐는 날, 덕순이는 아내를 지게에 지고 비탈길을 올라 대학 병원을 찾아간다. 어깨가 배기고 진땀이 흘러내리지만 미안해할 아내 생각에 불평하지도 못한다.
언제부터인가 아내의 배에 이상이 생겼지만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했다. 그러다 서울의 대학 병원에서 특이한 병을 가진 사람들을 연구 목적으로 무료로 치료해 주고 월급까지 준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아내는 병원에서 의사의 진찰을 받는다. 간호사는 배 속에 어린애가 죽어 있어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산모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말한다. 덕순이는 월급은 안 주냐고 물었다가 병 고쳐주는데 무슨 월급이냐고 톡 쏘는 간호사의 말에 그만 기가 죽는다. 덕순이는 죽으면 죽었지 배는 안 짼다는 아내의 말에 아내를 업고 병원에서 나온다.
덕순이는 다시 아내와 함께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덕순이는 아내에게 잘해 주지 못한 것이 후회되어 담배를 사려던 돈으로 아내에게 얼음냉수와 왜떡을 사 준다. 덕순이는 아내의 유언 비슷한 넋두리를 들으면서 땡볕이 내리쬐는 거리를 힘없이 내려갔다.
강원도 춘천 실례 마을에서 태어났다. 휘문고등보통학교를 거쳐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중퇴했다. 한때는 일확천금을 꿈꾸며 금광에 몰두하기도 했다. 1935년 소설 ‘소낙비’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노다지’가 <중외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당선되어 등단했다. 29세에 폐결핵으로 요절하기까지 불과 2년 동안 30여 편에 가까운 작품을 남겼다. 김유정의 작품은 대부분 빈곤에 시달리던 1930년대 식민지 시대의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은 가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소작인, 노동자, 여급 등이다. 한국 현대 작가 가운데 김유정만큼 해학적이고 토속적인 문장을 농도 있게 구사한 작가는 드물다. 김유정의 소설이 어두운 현실을 그리고 있으면서도 생기가 넘치는 것은 그의 해학적인 문체에 때문이다. 하지만 농촌의 문제점을 이지적인 현실 감각으로 바라보지 않고 희화화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덕순 : 농촌을 떠나 서울 살이에 고생하는 무식한 하층민을 나타내는 인물이다.
아내 : 죽어도 몸에 칼을 대지 않겠다 하면서도 남편을 생각하는 착한 심성의 여자이다.
땡볕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다. 내리쬐는 땡볕 속에서 비탈길을 올라가는 덕순이는 무료 진료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안고 있었지만, 비탈길을 내려올 때는 자포자기의 상태에 이른다. 비탈길은 심리상태의 상승과 하강을 동시에 상징한다.
이 작품에는 가난하지만 인간애가 넘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덕순이는 자신이 가진 돈을 모두 털어 아내가 먹고 싶어 하는 것을 사 준다. 아내도 자신의 죽음보다 혼자 남을 남편을 걱정한다. 두 사람은 가난 때문에 사별할 상황에서도 부부애를 드러낸다.
가난한 덕순이는 죽어 가는 아내를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작가는 이농민 부부에 대해 동정심을 강요하지 않는다. 가난하고 무지한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을 뿐이다. 절망적 삶을 객관적 시각으로 묘사하면서도 김유정 특유의 해학미가 돋보인다.
갈래 : 단편 소설, 농촌 소설
성격 : 비극적, 사실적, 해학적, 휴머니즘적
배경
시간적 배경 : 1930년대
공간적 배경 : 농촌, 서울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주제 : 가난으로 인한 비극과 부부간의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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