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팍한 문체를 고집해 독자에게 인기가 없는 작가인 그는 어렵게 생활해 나간다. 그는 궁여지책으로 겨우내 비워 두는 친구네 별장 방 하나를 빌린다. 별장 주위의 나무에는 많은 까마귀가 날아와 둥지를 틀고 있다.
별장을 산책하던 어느 날 그는 폐병 요양차 이곳에 온 한 아가씨와 만난다. 여러 번의 만남을 통해 그는 여인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녀가 삶에 자포자기한 인물임을 알게 된다.
까마귀를 병적으로 싫어하는 그녀는 까마귀의 울음을 자신의 죽음을 재촉하는 소리로 생각한다. 그는 그녀에게 삶의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그녀의 애인이 될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애인이 있었고 그는 그녀의 애인인 청년을 부러워한다.
그는 까마귀에 대한 그녀의 공포를 덜어 주기 위해 까마귀를 잡아 배 속에 든 내장을 직접 확인시켜 줄 계획을 세운이다. 그는 까마귀를 유인해 잡은 후 까마귀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여인의 임종을 상상한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그녀는 달포가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출판사에 다녀오는 길에 그는 그녀의 시신을 실은 영구차 한 대가 지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까마귀는 이날 저녁에도 GA 아래 R이 한없이 붙은 발음을 낸다.
강원도 철원에서 출생한 이태준 작가는 휘문고등보통학교를 나와 일본 조치대학에서 수학했다. <시대일보>에 ‘오몽녀’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광복 이후에는 조선 문학가동맹에 포섭되어 활약하다 월북했다. ‘까마귀’, ‘달밤’, ‘복덕방’등의 단편 소설에서 선보인 내관적 인물 표사, 완결된 구성법에 힘입어 이태준은 한국 현대 소설의 기법적인 바탕을 이룩한 작가로 평가된다. 작중 인물들은 회의적·감상적·패배적인 성격을 띠고 있지만 허무와 서정의 세계 속에서도 현실과 밀착된 시대정신을 추구한다.
미문가인 이태준은 예술적 정취가 짙은 단편에 탁월한 면모를 보여 주었다. 그는 예술 지상주의적인 이효석, 현실 개혁과 거리를 둔 박태원과는 달리 허무와 서정 속에서도 시대정신을 지니고 있었다.
그 : 독자에게 별로 인기가 없는 작가이다. 폐병에 걸린 한 여인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노력한다.
여인 : 폐병 환자로 요양차 시골에 와 있다가 '그'를 만나게 된다.
정자 지기 : 별장 관리인이다.
그는 까마귀에 대한 공포, 즉 죽음에 대한 공포를 덜어 주기 위해서 까마귀의 배 속을 그녀에게 보여 주려고 한다. 까마귀의 배 속도 다른 새의 배 속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까마귀가 죽음에 이르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그녀의 임종을 상상하며 ‘슬픈 일이었다’고 말한다. 결국 그에게 여인의 죽음은 ‘타자의 죽음’이다. 따라서 그는 여인의 죽음을 감상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유미주의란 미를 예술의 목적으로 삼는 예술 사조이다. 문학에서 아름다움이란 병적인 사랑은 물론 죽음, 절망, 가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소설에서는 가난 불치병, 정혼자의 사랑, 여인에 대한 그의 감정도 모두 아름답게 묘사되었다. 작가는 여인의 비극적 운명을 감각적 문체를 통해 역설적으로 미화한 것이다. 그가 까마귀를 친구로 생각하는 것도 역설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갈래 : 단편 소설, 순수소설
성격 : 유미주의적
배경
시간적 배경 : 늦가을에서 겨울까지
공간적 배경 : 고풍스럽고 음습한 별장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주제 :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과 죽음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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