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젊고 아름다운 어머니와 함께 시골 외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어느 날 서울의 모대학 교수인 무슈 리가 할아버지의 과수원으로 찾아와서 어머니들 데려간다. 나중에 나도 무슈 리를 따라 서울의 S촌에 있는 무슈 리의 집으로 간다. 어머니는 나에게 물리학 전공의 수재인 이복 오빠 현규를 소개해 주었다.
서울 생활에 만족해하는 어머니를 보고 나도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지난 4월에는 E여고의 퀸에 당선되기도 했다. 현규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언제나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죄의식을 느낄 필요는 없었지만 현규와의 사랑은 새로운 가정의 파멸을 의미한다는 생각에 몸서리를 쳤다.
어머니가 장관의 아들 지수의 편지를 주워서 나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나는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나는 우울한 마음을 달래려고 숲으로 들어갔다가 우연히 지수를 만났고 정구 게임 약속 날짜를 알려주고는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현규가 기다리고 서 있었다. 그는 “편지를 거기 놔둔 건 나 읽으라는 친절인가”라며 화를 내면서 내 뺨을 때리고 나가 버렸다. 현규가 질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기쁨을 느꼈다. 그날 밤 나는 어두운 숲 속에서 현규에게 안겨 버린다.
한편 어머니가 미국에 갈 일이 생기자 나는 현규와 단 둘이 지낼 일이 걱정됐다. 불안해진 나는 서울을 떠나 할머니 댁으로 갔다. 할머니 댁에서 날이면 날마다 나는 뒷산에 올랐다. 어느 날 현규가 산비탈을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현규는 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을 하자 현규는 돌아갔다. 나는 너무 기뻐서 젊은 느티나무를 안고 웃었다.
1924년 서울에서 태어난 강신재 작가는 경기 여고를 거쳐 1943년 이화여자전문학교 가사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2학년 재학 중 결혼하면서 학칙에 따라 중퇴했다. 1949년 김동리의 추천으로 단편소설 ‘얼굴’, ‘정순이’를 문예지에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대표작으로는 ‘임진강 민들레’, ‘명성황후’, ‘파도’등이 있고 창작집으로 ‘희화’, ‘젊은 느티나무’등이 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표 선생 수난기’, ‘젊은 느티나무’ 등 당시로는 파격적인 수많은 애정소설을 발표하여 대표적인 여성 작가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그의 소설에는 주로 사회적인 인습을 뛰어넘는 사랑과 기존 도덕관념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녀의 심리가 감각적인 문체로 그려져 있다. 1957년에 발표된 ‘표 선생 수난기’는 아들의 친구와 불륜 관계에 빠진 여인을 그렸으며, 1960년 사상계에 발표한 ‘젊은 느티나무’는 부모의 재혼으로 남매가 된 청순한 여고생과 대학생의 사랑을 그려 세간의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숙희 (나) : 18세의 여고생으로 어머니가 재혼을 하면서 서울로 왔다. 새아버지의 아들인 현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현규 : 22세 대학생이다. 이복 여동생 숙희의 사랑을 냉정하고 지혜롭게 헤쳐 나가는 합리적인 인물이다.
어머니 : 젊어서 남편과 사별하고 결혼 전부터 혼담이 있었던 무슈 리와 재혼해 서울로 왔다.
무슈(Mr.) 리 : 숙희의 새아버지로 성격이 부드럽고 과묵한 경제학 교수이다. 관대하고 호방한 성격이다.
지수 : 현규의 친구이며 장관의 아들이다. 숙희를 좋아해 연애편지를 보내면서 현규의 질투심을 유발한다.
바람 앞에 굳건히 서 있는 푸르고 싱싱한 잎들이 무성한 느티나무는 사회적 통념에 굴하지 않는 젊은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상징한다. 느티나무는 청춘이 지닌 특권이라 할 수 있는 젊음의 열정, 순수한 사랑 등의 이미지를 아우르면서 숙희와 현규의 사랑을 말없이 지켜보며 아름다운 사랑의 증인이 되어 주고 있는 것이다. 숙희가 서울에서 자주 찾는 느티나무는 자연의 생명력과 젊음의 열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숙희가 느티나무를 붙들면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마지막 장면은 느티나무가 상징적 의미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두 주인공을 잇는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작품 속‘그에게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는 표현에서 숙희의 민감한 감수성이 잘 드러난다. 이 냄새는 실제로 맡을 수도 있지만 가슴속에서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나(숙희)는 그를 비누 향기와 같은 아련한 존재로 여기면서 첫사랑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동시에 이복남매라는 운명을 떠올린다. 비누 냄새는 숙희의 사랑의 아픔을 대변해주고 있다.
서울 S촌은 사랑과 갈등의 공간이다.
한편 시골 할머니 댁은 도피의 공간이자 희망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갈래 : 단편 소설, 성장 소설, 순수 소설, 낭만 소설
성격 : 회고적, 서정적, 감각적
배경
시간적 배경 : 1950년대
공간적 배경 : 서울에서 떨어진 S촌과 느티나무가 있는 시골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주제 : 재혼한 부부의 이복 남매가 겪는 사랑과 갈등, 현실의 굴레를 극복하고 순수한 사랑을 성취하는 청춘 남녀의 아름다운 모습
김정한 ‘모래톱 이야기’총정리-줄거리/해설 (0) | 2022.11.08 |
---|---|
김승옥 ‘무진기행’총정리-줄거리/해설 (0) | 2022.10.18 |
이범선 ‘오발탄’총정리-줄거리/해설 (0) | 2022.10.04 |
하근찬 ‘수난이대’ 총정리-줄거리/해설 (0) | 2022.09.27 |
오상원 ‘유예’ 총정리-줄거리/해설 (0) | 2022.09.20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