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내가 20년 전에 경험한 이야기로 낙동강 하류의 외진 모래톱에 얽힌 기막힌 사연을 묻어둘 수 없어서 20년 만에 다시 붓을 들었다. 명문 K중학교 교사였던 나는 조마이섬에서 나룻배로 통학을 하는 건우의 생활에 관심을 갖게 된다. 나는 건우가 살고 있는 섬이 실제 주민과는 무관하게 소유자가 바뀌었다는 내용의 작품을 읽게 된다. 가정 방문 차 조마이섬을 찾아간 날 예절 바른 건우 어머니의 모습에서 범상한 집안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는다.
나는 건우의 일기를 통해 건우 집안과 섬에 얽힌 내력에 대해 알게 된다. 건우네 아버지는 6.25 때 전사했고 삼촌은 삼치잡이를 나갔다가 죽었다. 건우 가족은 어부인 할아버지 갈밭새 영감의 벌이로 겨우 생계를 유지한다. 나는 돌아오는 길에 과거에 함께 옥살이를 한 적이 있는 윤춘삼 씨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의 소개로 갈밭새 영감을 만나 그들이 살아온 내력에 대해 자세히 듣게 된다. 1905년 을사조약을 계기로 ‘조선 토지사업’이 실시되어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땅이 순식간에 ‘동척’의 명의로 둔갑한다. 그 땅이 해방 이후에는 국회의원의 명의로, 다음에는 하천부지 매립허가를 받은 유력인사의 소유로 변하게 된 것이다.
그 해 여름 막바지에 홍수가 나고 건우 집이 걱정이 된 나는 조마이섬을 향해 길을 나선다.
나는 섬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윤춘삼 씨를 만나 섬에서 일어난 사건의 내막을 듣게 된다. 둑을 허물지 않으면 섬 전체가 위험해지므로 주민들은 둑을 파헤친다. 이때 둑을 쌓아 섬 전체를 집어삼키려는 유력인사의 하수인들이 방해를 하고 화가 치민 갈밭새 영감은 그중 한 명을 물에 집어던지고 만다. 결국 노인은 살인죄로 투옥된다.
2학기가 되었으나 건우는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황폐한 모래톱 조마이섬을 군대가 정지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1908년 생으로 호는 요산이다. 1928년 동래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 부속 제일 고등 학원 문과를 중퇴했다. 1932년에는 농민봉기 사건에 관련되어 투옥되기도 한다. 부산대 교수, 부산일보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1936년에 일제강점기 궁핍한 농촌의 현실과 친일파 승려들의 잔혹함을 그린 ‘사하촌’이 조선일보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부산일보 논설위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좀처럼 작품 발표가 없던 중 1966년 ‘모래톱 이야기’로 문단에 복귀했다. 그 후 ‘축생도’, ‘수라도’, ‘인생 단지’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낙동강 일대에 깔린 민중의 목소리를 생기 있는 문체로 소설화하며 한국 문학의 큰 물줄기를 새로이 형성한다.
그의 문학적 특징을 살펴보면 역사를 과거의 일로만 보지 않고 현재와 밀접한 관계에서 파악하고 토속적인 배경과 요소를 중시한다는 점 등이 있다.
나 : 건우의 담임이자 소설가이다. 이 글에서 관찰자(서술자)이자 고발자 역할을 수행한다.
건우 : K중학교 학생으로 순박하다. 조마이섬에서 나룻배로 통학을 한다.
갈밭새 영감 : 건우의 할아버지. 거친 바다와 싸우며 살아가는 전형적인 어민이다. 유력자들의 횡포에 맞서 조마이섬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한 인물이다.
조마이섬 사람들 : 둑을 쌓고 물과 싸우며 조마이섬에서 살아온 사람들로 섬이 위험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둑을 허문다.
윤춘삼 : 부당한 옥살이를 한 적이 있으며, 의로운 성격을 지닌 인물이다.
작가가 소설 속에서 창조해낸 낙동강 하류의 조그만 섬이다. 수차례에 걸쳐 소유권이 바뀌는 조마이섬은 우리나라가 처한 부조리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 소설은 ‘나’라는 인물이 건우라는 제자를 통해 알게 된 조마이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나’는 관찰자, 서술자인 동시에 조마이섬 사람들이 겪는 부조리에 대한 고발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나’가 교사였던 시절 알게 된 이야기를 20년이 지난 지금 회상하는 형식을 띠고 있어 액자 소설의 성격이 드러난다.
이 작품의 결말은 비극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농민들의 힘과 저항 의식이 극명하게 드러나 있고, 이것이 농민의 후예인 ‘건우’에게 그대로 전해질 것임을 서술자가 예상했기 때문이다. 전개 부분에서 서술자가 ‘건우’에게 말했던 것처럼 민중의 생존권을 빼앗은 유력자들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고야 말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갈래 : 단편 소설, 농촌 소설, 현실 참여 소설, 사실주의 소설
성격 : 사실적, 저항적, 현실 고발적
배경
시간적 배경 : 일제 강점기부터 1960년대
공간적 배경 : 낙동강 하류의 모래톱 마을 조마이섬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주제 : 소외된 인간들의 비참한 삶과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저항 / 개발이란 명목으로 삶의 터전을 잃는 섬사람들의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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