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만도는 삼대독자인 진수가 살아서 돌아온다는 통지를 받고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역에 마중을 나간다.
만도는 아들이 병원에서 나온다는 말에 걱정은 되지만 자신처럼 되지는 않았으리라 확신한다. 그러면서 한쪽 팔이 없는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본다. 진수에게 주려고 장에서 고등어 한 마리를 사들고 온 만도는 역 대합실에서 지난 과거를 회상한다. 그는 일제의 강제 징용에 끌려가 남양의 어떤 섬에 도착했다. 어느 날 그는 공습을 피해 다이너마이트를 장치한 굴로 들어가 엎드렸다가 다이너마이트의 폭음과 함께 팔을 잃게 됐다.
만도는 기차에서 내린 아들이 한쪽 다리가 없이 지팡이를 끼고 있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한다. 아버지와 아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집으로 향한다. 진수는 자신이 뒤처지기 시작하자 눈물을 참느라 애를 쓴다.
뒤도 안 돌아보고 걷던 만도는 주막에 들러 술을 마시고 진수에게는 국수를 시켜준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술기운이 돈 만도는 자초지종을 묻는다. 수류탄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된 만도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냐고 하소연하는 아들을 위로한다.
외나무다리에 이르자 만도는 머뭇거리는 진수에게 등에 업히라고 한다. 진수는 지팡이와 고등어를 각각 한 손에 들고 아버지의 등에 업힌다. 서로를 의지하며 다리를 건너는 부자를 우뚝 솟아오른 용머리재가 가만히 내려다본다.
경상북도 영천에서 태어난 하근찬 작가는 1957년 한국일보에 ‘수난이대’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궁핍한 농촌을 무대로 민족의 비극과 사회병리의 단면을 포착해 형상화함으로써 작품이 조화된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이다. 실존주의와 전후파적 취향이 스며들어 관념적 난삽함이 유행하던 50년대 후반에 무지한 시골 사람들의 이야기를 역사적 현실과 연관시킨 점에서 문학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그가 그려내고 있는 농촌은 역사적 수난과 고통을 가장 절실하게 축적해온 삶의 현장이다. 농촌의 삶과 현실이 역사적 상황 의식에 대응되어 문제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낙뢰’, ‘흰 종이 수염’, ‘산에 들에’, ‘야호’, ‘수난이대’ 등이 있다.
만도:진수의 아버지이다. 일제의 강제 징용에 끌려갔다가 왼팔을 잃고 돌아온다. 자신과 아들의 처지를 보고 절망하지만 이를 극복하고자 애쓴다.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이며, 낙천적인 사고를 가진 한국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진수:박만도의 아들이다. 6·25 전쟁에 참전하여 한쪽 다리를 잃고 귀향한다. 비록 다리를 잃었지만,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인물이다.
‘주막’은 만도와 진수의 마음이 합일하는 완충 공간의 역할을 한다. ‘술’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촉매 역할을 한다.
‘외나무다리’는 작품에서 두 번 등장하는데 한 번은 만도가 아들을 만나기 위해서 읍내를 나갈 때이며, 또 한 번은 아들을 업고 다리를 건너 집으로 돌아올 때이다. 첫째 장면의 외나무다리는 아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에 기쁨에 찬 만도가 건너는 다리이며, 두 번째 장면의 외나무다리는 설움을 삼켜야 하는 곳이었다. 외나무다리는 만도와 진수가 겪게 될 위태롭고 힘겨운 삶을 상징하는 곳으로 절망감을 주지만 마침내 이를 극복하게 되는 다리이다. 신체가 부자유스러운 사람에게 외나무다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이며, 작가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설정해 놓고, 이를 극복하려는 부자의 의지를 이 작품의 결말 부분에 감동적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태평양전쟁으로 팔을 잃은 아버지와 다리를 잃은 아들이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모습은 한 가족의 비극인 동시에 우리 민족의 비극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아들을 업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장면에서는 전후소설의 비극적 미학이 돋보인다. 작가는 이러한 부자의 비극을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장면으로 응축하여 보여 줌으로써, 주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작품의 주제를 섣불리 서술자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인 장면으로 압축하여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아버지와 아들의 2대에 걸친 전쟁을 수난으로 연결시킴으로써 그 비극을 한 순간의 비극이 아닌, 되풀이되는 민족의 비극으로 형상화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아버지 박만도는 일제 말기의 강제 노역에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고 끌려갔다가 팔을 잃은 순박한 농민이다. 또, 아들 진수가 다리를 잃게 된 것 역시 6·25 전쟁이라는 외부적 상황 때문이었다. 이 소설에는 아버지가 팔을 잃고 아들이 다리를 잃는 과정이 비교적 담담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을 뿐 서술자는 그에 대한 주관적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순박한 인간들의 비극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역사가 개인에게 가한 상처의 비극성을 예리하게 들추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작자는 2대에 걸친 비극을 보여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이러한 역사적 비극을 극복해 내는 과정까지 담고 있다. 팔을 잃은 아버지와 다리를 잃은 아들이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모습은 수난의 역사를 극복해 나가는 우리 민족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갈래 : 단편 소설, 가족사 소설, 전후 소설
성격 : 사실적, 상징적
배경
시간적 배경 : 일제 강점기부터 6·25 전쟁 전후까지
공간적 배경 : 경상도의 어느 작은 마을(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농촌)
시점 : 작가 관찰자 시점(부분적으로 전지적 작가 시점과 1인칭 관찰자 시점이 보임)
주제 : 민족의 수난과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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