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와 골동에 취미가 있었던 할아버지의 소장품 중에는 무녀도가 있었다. 무녀도는 여식의 그림을 보아달라고 하는 한 사내와 딸을 며칠 묵게 하면서 여자 아이에게 그리게 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할아버지로부터 이야기를 듣게 된다.
경주에서 멀리 떨어진 집성촌 마을에 모화라는 무당이 벙어리 딸 낭이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들 욱이가 10년 만에 돌아왔다. 욱이는 모화가 무당이 도기 전에 낳은 사생아로 형편이 어려워 아홉 살에 어느 절간으로 보낸 것이었다.
욱이는 예수교 신자가 되어있었고 낭이에게 성경 읽기와 하나님 모시기를 권한다. 욱이의 그런 모습에 모화는 예수 귀신이 씌었다고 푸념한다. 욱이는 평양의 목사에게 사람들을 위해 교회를 지어야겠다고 간청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욱이는 예수교인들을 만나기 위해 돌아다니고 모화는 예수 귀신을 쫓기 위해 치성을 드린다.
욱이가 돌아온 날 밤 모화는 성경을 불태우며 치성을 드린다. 잠결에 성경이 없어진 것을 안 욱이가 부엌으로 향하고 성경은 이미 타고 있었다. 욱이는 불타는 성경을 붙잡으려다 모화가 휘두르는 칼에 찔리고 만다.
모화의 극진한 간호에도 욱이의 건강은 날로 악화된다. 마을에는 교회가 들어서고 예수교가 급속히 전파된다. 그럴수록 모화는 더욱 열심히 치성을 드렸다. 평양에서 현목사가 와서 이 마을의 교회가 욱이의 노력으로 건설되었다고 치하한다. 욱이는 목사에게 건네받은 성경을 가슴에 안고 숨을 거둔다.
모화는 물에 빠진 부잣집 며느리의 혼백을 건지는 굿을 맡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굿을 보기 위해 몰려들고 혼백이 건져지지 않자 모화는 주문을 외며 물가로 다가가 마침내는 빠져 죽고 만다.
그 이후 어떤 사내가 나타나 혼자 누워 있는 낭이를 데리러 온다. 낭이의 아버지였다. 낭이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무녀도를 그리는 일로 연명한다.
1913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난 김동리 작가의 본명은 시종이다. 1929년 경신고보를 중퇴하고 귀향해 문학 작품을 섭렵했다. 1934년에 시 ‘백로’가 조선일보에 입선되고 단편 ‘화랑의 후예’가 1935년 조선중앙일보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순수문학과 신인간주의의 문학사상으로 일관해왔다.
김동리 작가는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인간 구원의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그의 문학 여정은 크게 3기로 나눌 수 있다. 초기에는 토속적이고 샤머니즘적인 동양적 신비의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의 숙명적 운명을 다루었다. 대표작으로는 ‘무녀도’와 ‘황토기’가 있다. 중기에는 한국전쟁을 계기로 역사의식과 현실 의식이 강화되면서 보편적 휴머니즘을 추구한다. 이 시기의 대표작으로는 ‘역마’, ‘귀환장정’등이 있다. 후기에는 보다 근원적인 인간 구원의 문제를 다르면서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 의식을 형상화한다. ‘사반의 십자가’, ‘목공 요셉’등이 인간 구원의 문제를 다룬 것이라면 ‘등신불’, ‘원앙생가’등은 불교적인 인간 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모화 : 무당으로 샤머니즘의 정신 그 자체를 구현하는 인물이다. 기독교도인 아들 욱이와 대립하는 인물로 결국 욱이를 찌른 후 자신도 결국 물에 빠져 죽는다. 무속 신앙과 전통문화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욱이 : 어머니 모화가 미신에 사로잡힌 다소 기괴한 인물이라면 욱이는 근대적 · 현실적 · 합리적 세계를 구현하는 인물이다. 기독교 신앙과 외래문화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낭이 : 모화의 딸로 언어 장애가 있다. 욱이와는 의붓남매이다. 그림을 잘 그린다.
이 작품은 서술자인 ‘나’가 등장해 무녀도를 입수하게 된 경위가 나온다. 내부 이야기에는 무녀도에 얽힌 사연인 무당 모화와 딸 냥이, 기독교인인 아들 욱이의 비극적 이야기가 등장하고 다시 외부 이야기로 아버지를 따라 유랑 생활을 하며 무녀도 그리는 일을 하는 낭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안 이야기에서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 사용되어 인물의 내면 심리까지 세밀하게 서술하고 있다. ‘무녀도’에서는 액자 구성을 통해 작가와 인물 사이에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리얼리티를 획득하고 있다. 결말이 안 이야기의 후일담으로 처리되어 있는 것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이 작품에 나타나는 주된 갈등은 모화로 대변되는 무속 신앙과 욱이로 대변되는 기독교 신앙의 갈등이다. 이러한 갈등과 대결은 결국 욱이와 모화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불러온다. 여기서 모화의 죽음은 전통문화의 몰락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일방적으로 기독교의 승리를 그리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욱이 역시 이 갈등에 의해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모화는 ‘김 씨 부인’의 혼령을 받기 위해 굿을 하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으로 나온다. ‘물’은 죽음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세상 만물을 태어나게 하고 자라게 하는 어머니로서의 생명의 상징이기도 하다. ‘무녀도’에서 모화가 들어가는 ‘예기소’ 역시 죽음을 상징하는 것만이 아니라 죽음을 통해 더 큰 생명과 조화를 이루어 내는 장소를 상징한다. 현실적으로는 ‘죽음’을 뜻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접신의 경지’에 들어갔음을 의미하고 있다. 이와 같이 모화가 선택한 죽음은 자신이 처해 있는 위기(전통문화의 몰락)에 대항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무속 신앙이라는 전통적 가치가 소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갈래 : 단편 소설, 액자 소설, 순수 소설
성격 : 신비적, 무속적, 토속적
배경
시간적 배경 : 개화기(20세기 초)
공간적 배경 : 경주 부근의 한 시골 마을, 음산한 모화의 집, 강가 모래벌
시점
바깥 이야기 : 1인칭 주인공 시점
안 이야기 : 전지적 작가 시점
주제 : 무속 신앙과 기독교 종교의 갈등이 빚은 혈육 간의 비극적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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