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초엽 헨리 4세 치하의 영국, 교회의 부패가 극에 달하자 영국 국민은 수도사를 외면하고 위클리프 영역 복음서를 몰래 읽는다. 권위 훼손을 두려워하는 교회 세력은 민중을 의식화하는 영역복음서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순회 종교 재판소를 열어 저항 세력을 처단한다. 영역복음서 비밀독회에서 돌아온 재봉 직공 바비도는 성경 모임의 지도자조차 재판정에서는 죽음이 두려워 신념과 의지를 버리고 목숨만 부지하려는 비겁한 모습을 보고 분개한다.
바비도는 진리를 독점하려는 교회 세력에게 거대한 위선이 있음을 보았다. 교회 조직과 자신의 차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힘이 있고 없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종교 재판정에 나타나 검은 옷을 입은 사교의 심문을 받은 바비도는 교회와 인간세상, 그리고 자신에 대해 이미 흥미를 잃었다고 진술한다. 사교는 애걸조로 영역복음서를 읽은 것을 사죄하면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회유하지만 바비도는 회개할 것이 없으므로 회개할 수 없다고 거절한다. 그는 명명백백한 사실을 재판장과 사제들이 이리저리 비틀어 놓고 있다고 비판한다.
화형을 구경하려고 사람들이 몰려든 가운데 마차를 타고 헨리 태자가 들어서고 뒤이어 얼굴에 피를 흘리면서 사형수 바비도가 들어선다. 헨리 태자는 죽기 전에 죄를 씻고 영혼을 구제받도록 권유하지만 바비도는 태자의 조부가 저지른 반윤리적 행위를 들면서 ‘지옥에서 먼저 기다리겠다’고 하며 거부한다. 태자의 흥분에도 개의치 않고 바비도는 세상사의 부조리와 모순을 지적한다.
태자가 사형집행을 명령하자 사형집행리가 장작에 불을 붙인다. 불이 순식간에 바비도에게 다가가자 태자는 사형 집행을 중지시키고 재차 회개하라고 제의한다. 바비도는 이는 결코 동정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심경을 밝힌다. 마침내 바비도는 불길과 연기에 휩싸인다.
소설가이자 언론인이다. 1919년 함경남도 풍산에서 태어나 함남중학교를 거쳐 일본 야마구치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44년 교토대학을 중퇴한 뒤, 영국 맨체스터대학 사학과를 졸업했다. 해방 후 귀국하여 서울대학교·한국외국어대학교 등에서 강사 생활을 했다.
〈사상계〉 편집장과 〈동아일보〉 논설위원·출판국장·편집국장·논설주간을 지냈다. 195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무명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후 단편 ‘김가성론’, ‘암야행’, ‘제우스의 자살’등의 문제작을 계속 발표했다.
프로메테우스와 신과의 5분간의 회담을 통해 신의 질서에 대항한 인간의 승리를 암시하는 ‘오분간’과 헨리 5세 때 재봉 직공인 바비도가 이단으로 몰려 화형 당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신앙과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준 ‘바비도’는 그의 대표작이다.
1950년대에 활발한 작품활동을 했으며, 지적이고 풍자적인 소설을 발표하여 한국소설에 큰 영향을 주었다. 1955년 ‘바비도’로 제1회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그 밖에도 아세아 자유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보관문화훈장, 인촌상, 대한민국예술원상 등을 받았다.
바비도 : 낮은 신분의 재봉 직공에 불과하지만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하며, 회유와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죽음을 택하는 강직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사교 : 부패한 종교와 교단의 앞잡이이며, 기회주의적이고 도덕과 양심이 마비되어 약한 자에게는 강하고 강한 자에게는 약한 전형적인 부패관리이다.
헨리 5세(태자) : 내면적으로 인간미가 있고 정의와 양심이 무엇인지를 알고는 있으나, 조직과 집단의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신념을 굽히는 연약한 인간이다.
라틴어를 주로 쓰던 중세 유럽에서는 왕실, 귀족, 성직자 등 소수의 권력층만이 책을 소유할 수 있었고 대중들은 이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특권층은 종교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라틴어 외의 언어로 된 성경 읽기를 엄격히 금했다. 따라서 어려운 라틴어보다는 쉬운 자국어에 익숙한 백성은 신앙생활을 위해 자국어로 된 복음서를 몰래 읽었던 것이다.
‘바비도’는 역사상 실재했던 인물인 바비도가 살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전개된다. 헨리 4세 치하의 영국은 밖으로는 백년전쟁, 안으로는 종교 개혁의 거센 파도가 일던 격동기였다. 당시 교회는 권력 유지를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다. 교회의 부정이 ‘권력 유지를 위한 부조리’라는 측면에서 1950년대 한국의 상황과 비슷하다. 사제와 태자는 1950년대 현실을 대변하는 인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승만 정권 하에서 비리를 저지르며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정치인들이 바로 사제와 태자와 같은 인물이다. ‘바비도’는 진정한 삶의 의미가 무엇이며 불의의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작품은 표면상 다른 이야기를 통해 주제 의식을 전달하는 우의(알레고리)적 성격을 띠고 있다. 작가는 쉽게 다루기 힘든 시대 상황과 종교 문제를 좀 더 자유롭게 말하기 위해 작품의 배경을 중세기의 영국으로 삼았다.
바비도는 자신의 양심과 믿음에 따라 세상을 판단하려 하고 외부의 압력에는 굴하지 않는 곧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 소설에서 바비도는 불합리하게 복종을 강요하는 사제들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한편 항거하지 않는 민중과 동료에게도 역겨움을 느낀다. 이런 바비도의 모습은 자유와 정의에의 의지가 결핍된 민중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갈래 : 단편 소설, 종교 소설, 역사 소설
성격 : 관념적, 이국적, 역사적
배경
시간적 배경 : 15세기 초
공간적 배경 : 영국의 교회 사회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독백 부분은 1인칭 주인공 시점)
주제 : 불의와 위협에 굴하지 않고 신념에 따라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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