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병사계에서 일하는 말단 공무원인 ‘나’는 선술집에서 대학원생인 ‘안’과 만나 구운 참새를 먹으며 이야기를 한다. 그러던 중 ‘나’가 먼저 안에게 질문한다. “안형, 파리를 사랑합니까?” 질문에 ‘안’이 머뭇거리자 나는 “날 수 있으니까요. 아닙니다. 날 수 있는 것으로서 동시에 내 손에 붙잡힐 수 있는 것이니까요.”라고 대답했다. 나의 대답에 이어 ‘안’은 "김형,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십니까?"라고 질문했고 ‘나’는 버스에서의 이야기를 한다. “시간이 조금 가고 내 시선이 투명해지면서부터 나는 그 여자의 아랫배가 조용히 오르내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르내린다는 건……호흡 때문에 그러는 것이겠죠?" 그들은 질문에 이어 사소하지만 자신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의미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선술집에서 일어나려 하자 한 무기력한 사내가 그들과 함께 어울리기를 부탁했다. 그 사내는 '나'와 ‘안’을 중국집으로 데려가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자신은 월부 서적 외판원이다, 결혼 후 아내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다, 하지만 오늘 아내가 죽었고 그 시체를 병원에 팔았다는 것. 그리고 그 돈을 오늘 밤 동안 모두 써버릴 것이니 함께 있어줄 수 있냐고 물었다. ‘나’와 ‘안’은 사내에게 동의하고 그들은 중국집에서 나온다. 그때 소방차가 지나간다. “택시! 저 소방차 뒤를 따라갑시다” 그들은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불구경을 하기로 의견을 합친다.
하지만 불구경에 대한 세 사람의 생각은 모두 달랐다. ‘안’은 불구경이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흥미가 없어 안이 하는 말에 성의 없이 대답하기만 했다. 하지만 ‘사내’는 불길 속에서 아내의 모습을 보고 환각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별안간 가지고 있던 돈을 전부 손수건에 싸서 불길 속으로 던져버린다. 불구경 후 사내는 자신과 함께 여관에서 잘 것을 부탁한다. 그들은 여관에서 숙박계를 거짓으로 작성한 후 각자 따로 방을 잡는다. 화투라도 하자는 ‘나’의 말을 ‘안’이 거절한 후 그들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서 잠을 청한다. 다음날 아침, ‘안’이 ‘나’를 깨웠다. “그 양반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그들은 여관에서 도망친 후 서로 너무 늙어버린 것 같지 않냐는 말을 한 채로 헤어진다.
김승옥은 1941년 12월 23일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전남 순천에서 자랐으며,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1962년 소설 '생명연습'으로 데뷔했다. 1964년에 제10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68년에는 대종상 각본상을 수상했고, 가장 최근의 수상 내역으로는 2012년에 제57차 대한민국예술원상 문학 부분에서 수상했다. '이차돈', '안개', '감자', '장군의 수염' 등의 영화 부분과 '무진기행', '서울의 달빛 0장' 등의 도서 작품도 있다. 김승옥은 1960년대 도시 소시민의 삶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평가받으면서, 감각적인 문체와 새로운 주제의식을 통해 소설의 신기원을 열었다.
나 : 스물다섯 살 난 시골 출신의 평범한 인물로 육사시험에 실패하고 구청 병사계에서 근무한다. 소외감과 고독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안 : '나'와 동갑내기로 부잣집 장남이며 대학원생. 삶에 대해 냉소적이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지만 자기 구원을 시도하는 인물이다.
사내 : 서른대여섯 살의 가난한 사내로 서적 외판원이다.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판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괴로워하다가 여관방에서 자살한다.
작가는 이 글의 등장인물을 ‘안’이라는 성만 밝히고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든지, ‘사내’라고만 호명하는 등 익명화하였다. 이는 현대 도시인의 삶의 방식인 개인주의, 의사소통의 단절, 개성 상실 등을 나타내고자 한 것이다.
선술집 : 임시로 만들어진 공간, 불안정한 당대 사람들의 삶의 터전
거리 : 사방이 열려 있으면서 목적지를 알 수 없는 공간
중국 요릿집 :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서로 소통과 교감이 없는 공간
화재 현장 : 급박한 상황에서도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공간
여관 : 개인주의의 좌절감을 맛보는 공간
1. 참신하고 인상적인 어휘의 사용
- '우리는 모든 프로가 끝나 버린 극장에서 나오는 때처럼'
- '그 개미가 내 발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얼른 자리를 옮겨 디디었다.'
2. 상징적, 비유적 어휘의 사용
- 방을 따로따로 쓰겠다는 것
- '개미'와 죽은 사내를 결부시킨 것
3. 호흡이 긴 문장과 짧고 경쾌한 문장의 교차
- "1964년 겨울을 서울에서 지냈던 사람이라면 ~ 우리 세 사람은 우연히 만났다."
- "몹시 춥군요.", "그게 좋겠지요." 등과 같은 대화
갈래 : 단편 소설
성격 : 현실 고발적, 사실적
배경
시간적 배경 : 1964년 어느 겨울밤
공간적 배경 : 서울 거리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주제 : 뚜렷한 가치관을 갖지 못한 도시인들의 심리적 방황과 연대감의 상실로 인한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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