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선덕여왕 때에 활리역(금토) 사람인 지귀가 서라벌에 나왔다가 아름다운 여왕을 본 뒤에 사모(편)하게 된다. 그는 잠도 자지 않고 밥도 먹지 않으며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선덕여왕을 부르다 미쳐 버린다. 미친 지귀는 "아름다운 여왕이여, 나의 사랑하는 선덕 여왕이여! 하며 거리를 뛰어다닌다. 관리들은 여왕이 들을까 봐 지귀를 붙잡아 매질을 하고 야단을 친다.
어느 날 여왕이 부처에게 기도를 올리려 절에 행차를 하는데 골목에서 지귀가 여왕을 부르며 나오자 여왕은 지귀에게 자기를 따라오라고 한다. 지귀는 너무 기뻐 춤을 추며 여왕의 행렬을 뒤따랐다. 여왕이 절에 이르러 기도를 올리는 동안 지귀는 절 앞의 탑 아래에서 여왕이 나오기를 기다리다 잠이 든다.
여왕이 불공을 마치고 나오는데 탑 아래에 잠들어 있는 지귀를 보고 가엾다는 듯이 바라보고 팔목에 감았던 금팔찌를 지귀의 가슴 위에 놓고 간다.
여왕이 간 뒤에 잠이 깬 지귀는 가슴 위에 놓인 여왕의 금팔찌를 보고 가슴에 꼭 껴안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른다.
- 지귀에 대한 '선덕 여왕'의 마음
선덕 여왕은 지귀가 자신을 사모한다는 말을 듣고 '고마운 일'이라고 표현하고, 자기를 따라올 수 있도록 배려한다. 게다가 지쳐 잠든 지귀에게 자신의 팔찌를 남기기까지 한다. 이러한 선덕 여왕의 마음은 지귀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연민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하찮은 신분의 백성까지도 배려하는 선덕 여왕의 인자함과 인간적인 풍모를 느낄 수 있다.
- ‘심화요탑(心火繞塔)’의 유래
'지귀 설화'는 문헌에 '심화요탑(心火繞塔)'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이 제목은 '마음의 불을 태운다'는 의미로, '불'은 선덕 여왕을 사모하는 지귀의 마음을 상징한다. 절제하지 못한 사랑은 자신을 무화(無化)시킬 만큼 위험한 힘을 가진 불이 된다는 것이다. 당대인들은 이렇게 화신(火神)이 된 지귀가 돌아다니며 화재를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갈래 : 화신(火神) 설화, 해원(解寃) 설화, 민담
성격 : 주술적, 해원적, 순애적
구성 : 귀신지괴 설화
제재 : 선덕 여왕을 향한 지귀의 사랑
주제
① 선덕 여왕에 대한 지귀의 사랑과 여왕의 넉넉한 품성
② 화신(火神)의 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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