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 아님에도 나를 몇 번이나 눈물짓게 만든 책이었다. 그곳의 인물들은 각자 쉼이 필요한 인물들, 삶을 한 번쯤 돌아보길 바라는 인물들이었다.
서점의 주인 영주는 너무 열심히 살다가 지친 인물이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가 자신의 꿈이었던 서점을 열었다. 휴남동 서점에는 영주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시작한 서점이 나중에는 더 잘 운영하고 싶어지는 공간으로 변했고 영주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영주는 서점도, 자신의 삶도 더 잘 살아갈 것만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베스트셀러를 들여놓지 않기로 한 영주의 결정에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런 책들을 많이 팔아야 서점 운영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주는 자신만의 소신과 원칙이 있는 서점의 주인이었다. 그 선택이 어쩌면 휴남동 서점을 더 휴남동 서점답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싶다.
흔들리는 청춘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 인물이 바로 민준인 것 같았다. 앞만 보고 노력했지만 좌절 앞에서 방법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그래서 힘이 빠져버린 민준의 모습에서 그의 마음이 잘 드러났다. 제대로 꿈을 꿀 줄도 몰랐던 민준이 이제는 그만 흔들리기로 할 때 저절로 그를 응원하게 되었다. 책에 나오는 것처럼 현재를 살지 못하면서 먼 미래만을 상상하는 것은 의미 없을 것이다. 현재에 충실하며 통제 가능한 시간 안에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따져보는 것의 필요성을 느꼈다. 민준의 친구 성철처럼 좋아하는 일은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좋은 사람이 주변에 많은 삶, 사회적으로 성공하진 못했을지라도 매일매일 성공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할 수만 있다면 나도 민준이 만든 커피를 꼭 맛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던 것 같다. 그래서 민준이 계속 휴남동 서점의 바리스타로 일하게 되었을 때는 정말 기뻤다.
민철 엄마의 이름은 전희주이다. 민철 엄마는 서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초반부터 등장한다. 독서모임을 이끌게 되면서 온통 아들 걱정만 하다가 이제는 열정적으로 ‘전희주’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엄마들끼리 누구누구의 엄마에서 벗어나 자기의 이름으로 서로를 소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아들인 민철이를 존중해주는 멋진 어머니이기도 했다. 삶에 의욕이 없는 민철이 서점에 와서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고민해볼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 역시 민철 엄마 희주였다. 그리고 그런 아들이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했을 때 그것을 존중해준 모습에서 민철 엄마를 다시 보게 되었다. 민철은 휴남동 서점에서의 시간들과 여행에서 경험들을 바탕으로 더 멋진 사람이 될 것이다.
로스팅업체 ‘고트빈’의 지미는 커피에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래서 민준에게 커피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려주었다. 덕분에 민준의 커피 맛까지 날로 발전했다. 이런 곳에서 만드는 커피가 맛이 없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지미는 남편을 욕하면서 벗어나지 못했던 친척들을 싫어했지만 결국 자신 또한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는 그런 삶을 살지 않기로 했다. 그녀의 새로운 출발을 더 응원해주고 싶었다.
‘휴남동 서점’이라는 편안한 공간을 찾은 정서가 부러웠다. 그런 곳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이라니, 상상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실제로 정서는 이 시간들을 통해 내면이 단단해질 수 있었다. 그런 정서는 앞으로 무슨 일이든 잘 헤쳐 나갈 것이었다. 정서가 뜬 식빵 수세미는 상상만으로도 귀여웠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에는 앞의 인물들 외에도 다독하는 상수 씨가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손님들 역시 그가 추천하는 책들을 믿고 산다. 그래서 한 권살 책도 두 권, 세 권사서 돌아가게 된다. 휴남동 서점의 판매왕이다. 그에게 나도 책 추천을 받아보고 싶다.
그리고 승우 작가가 등장할 때마다, 특히 영주의 글을 첨삭해줄 때마다 내가 쓰는 글들과 내가 쓸 글들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좀 더 올바른 문장을 쓰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이런 휴남동 서점에 방문하고 싶다. 단골이 되고 싶다. 어딘가에 따뜻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휴남동 서점이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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