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추천을 받아 처음 최은영 작가님의 책을 읽어본 후로는 꾸준히 읽고 있는 편입니다. 최은영 작가님은 읽을 때마다 느끼는 바지만 표현력이 정말 좋으신 것 같습니다. 비유적인 표현을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최은영 작가님의 ‘밝은 밤’이라는 책입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함을 가진 채 책장을 펼쳐보았습니다.
지연이라는 인물이 남편과 이혼하고 도피처 삼아 어린 시절 추억이 있는 희령에 내려왔습니다. 아파트에서 우연히 몇 번 마주친 할머니가 자신의 외할머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오랜만에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와 천천히 다가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할머니가 손녀를 배려하고 이해해주는 모습을 보며 주인공 지연처럼 위로를 받는 기분을 받았습니다. 지연은 어느 날 할머니의 집에서 발견한 사진 속 증조모와 새비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자신과 많이 닮은 모습의 증조모는 백정의 자식으로 태어나 끌려갈 위험에서 증조부를 만나 개성으로 도망쳐 살았습니다. 개성에서도 자신이 백정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자신을 멀리하자 다시 한번 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증조모는 자신이 은인으로 생각하는 새비아저씨와 그의 부인 새비아주머니를 만나게 됩니다.
새비아주머니는 자신이 백정인 것을 알면서도 잘 대해주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둘은 절친한 사이가 됩니다. 서로를 위해주고 잘 챙겨주며 지내고 있던 중 일본으로 일하러 갔던 새비아저씨가 아파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헤어져야 했습니다. 헤어짐이 아쉬운 것은 증조모와 새비아주머니뿐만 아니라 지연의 할머니 영옥과 새비아주머니의 딸인 희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새비아저씨는 돌아가시고 전쟁이 나서 새비아주머니와 희자는 대구로 피난을 가고 뒤늦게 할머니 네도 피난을 떠나며 두 가족은 다시 대구에서 만납니다. 새비아주머니의 고모인 명숙 할머니에게 바느질을 배우며 명숙 할머니와도 친하게 잘 지내던 영옥 할머니는 후에 증조부, 증조모와 희령으로 옵니다. 그곳에는 증조부의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이 있다고 해서 가게 되었는데 막상 가니 가족들은 없었고 가족들은 그곳에 자리를 잡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영옥 할머니는 결혼을 해 지연의 엄마인 미선을 낳게 되고 남편과는 헤어지고 자신과 각별한 정을 나누었던 명숙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까지 듣습니다.
후에 새비아주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후 희자와도 헤어지게 되었다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연은 그 속에서 자신과 닮은 증조모의 모습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받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자신처럼 저항하는 마음을 가졌던 증조모에게서 자신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님을 느낍니다. 또한 할머니께서 손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있음을 책 전반에서 알 수 있어서 마지막에는 끝내 뭉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이혼을 부끄러워하고 언니의 죽음으로 언니를 세상에 없는 사람인양 말하지 않았던 엄마에 대해서도 마지막에는 차츰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을 읽는 내내 지연은 부모님으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자신이 엄마와 싸우면서도 끝내는 엄마에게 미안해하는 모습조차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가서는 엄마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어렴풋하게나마 길미선이라는 인물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서는 증조부에 대해 분노했습니다. 자신이 증조모 삼천을 부모님을 버리면서 택했다는 이유로 삼천을 자신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존재로 일평생 생각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딸을 귀하게 여기지 않은 점이 화가 났습니다. 사위가 될 사람이 이미 부인이 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면서도 상관없다며 딸을 시집보낸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고는 자신의 딸을 탓하는 모습, 끝내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할머니 영옥이 안타까웠습니다. 자신의 손녀 미선은 끝내 호적상으로는 영옥의 딸이 되지 못한 상황이 안타까웠습니다.
희자 할머니와 영옥이 오랜 시간을 지나 다시 만나게 될 것을 예고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났습니다. 지연이 앞으로는 좀 더 많이 자신의 마음을 챙기면서 할머니와 따뜻한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책장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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