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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무라세 다케시)

독서

by julia-ss 2022. 7. 2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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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과 표지에서 느껴지는 아련함에 책장을 펼치게 되었다.

 

도힌철도 가마쿠라선 상행 열차 한 대가 선로를 벗어나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많은 승객이 사망했다.

사고 후, 심야에 유령 열차가 나타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니시유이가하마 역에 가면 유키호라는 유령이 그날의 열차에 오르도록 도와준다.

. 열차에 승차하려면 네 가지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하나, 죽은 피해자가 승차했던 역에서만 열차를 탈 수 있다.
둘, 피해자에게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
셋, 열차가 니시유이가하마 역을 통과하기 전에 어딘가 다른 역에서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사고를 당해 죽는다.
넷, 죽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현실을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만일 열차가 탈선하기 전에 피해자를 하차시키려고 한다면 원래 현실도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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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연인에게

히구치 도모코는 수학여행에서 형편에 맞춰 가장 싼 우동을 먹게 되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한다. 그때 히구치 앞에 네모토가 나타나 함께 우동을 먹어준다. 히구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려 기회만 보던 어느 날 히구치를 따라 간 숲에서 강아지 시로를 보게 되고 그 숲은 히구치와 네모토의 아지트가 되었다. 둘만의 추억을 쌓아가던 어느 날, 히구치는 이사를 가게 되고 네모토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한 채 둘은 헤어졌다. 시간이 흘러 히구치 옆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고, 네모토와 즐거운 시절을 함께했던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히구치는 네모토를 만나고 둘은 연인이 되었다.

 

결혼까지 약속했지만 열차 탈선사고로 네모토가 죽게 된다. 유령 열차 소문을 들은 히구치는 네모토를 만나 함께 죽으려고 했지만 네모토는 히구치가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히구치를 아끼는 네모토의 마음이 이야기 내내 전해져서 마음이 따뜻해져 왔다. 강아지 시로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진정성은 느껴졌다. 그런 네모토의 마음이 히구치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그렇기에 히구치는 그가 없는 삶을 살아갈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무너져가는 히구치를 잡아준 것 역시 네모토였다. 네모토는 이제 히구치가 살아갈 영원한 이유가 되어 그녀의 삶을 지탱해줄 것이다.

 

제2화 아버지에게

아버지처럼은 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회사에 입사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사카모토는 결국 퇴사라는 선택을 하고 만다. 사카모토의 일처리 능력이 답답해 보였지만 상사의 괴롭힘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처음 자신의 말에 호응에 주지 않았던 사카모토를 좋게 보지 않아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후배들 역시 가식적인 모습일 텐데 그걸 모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사이 종종 연락이 왔던 아버지의 연락은 무시하기 일쑤였다. 퇴사 후 무너지는 자신의 모습을 들키기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아버지가 자신의 퇴사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뒤늦게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유령 열차에 탑승한다.

이 부분은 밖에서는 절대 읽을 수가 없다고 생각된다. 사카모토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과, 지난날 아버지와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장면에서 울컥 눈물이 솟아나기 때문이다. 뒤에서 묵묵히 자식을 지켜봐 준 아버지의 커다란 사랑을 감히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무한한 감동을 느낄 수는 있었다.

 

제3화 당신에게

가즈유키 역시 외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가즈유키에게 다카코 누나는 비 오는 날 우산을 씌워주고 도넛을 건네주었다. 단 한 번의 만남이었지만 가즈유키의 마음에는 오래 남았고 시간이 지나 다시 열차에서 다카코 누나를 만났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의 가즈유키는 누나에게 고백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소심해서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동안의 가즈유키의 삶을 돌아본다면 또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가즈유키에게 결정적으로 용기를 준 사람, 바로바로 네모토였다!! 이 책은 곳곳에 이렇게 반가운 인물들이 나왔다. 사고가 난 현장을 찾았을 때 만난 사람 역시 히구치였으니 말이다.

 

유령 열차에서 가즈유키는 용감하게 다카코 누나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고백을 한다. 가즈유키가 더 일찍 고백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다카코 누나가 자신을 사고 현장에서 구해주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다카코 누나는 가즈유키를 또 한 번 살려주었다. 그리고 누나는 가즈유키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제 가즈유키는 다카코 누나의 동생 유타와 서로 좋은 관계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야기가 끝났다. 둘이 행복한 나날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제4화 남편에게

사고가 난 열차를 운전한 기관사의 아내 기타무라 미사코는 남편을 잃은 슬픔과 피해자들에 대한 죄책감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를 외면하는 이웃들의 모습과 자신들도 힘든 상황임에도 미사코를 응원해주는 네모토의 부모님과 히구치 도모코의 모습이 대비되었다. 정말 그릇이 큰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부분이었다. 사실 기관사의 잘못이 아니라 해도 이렇게 위로의 말까지 건네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하긴, 네모토 심은 데 네모토가 나는 법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미사코는 남편을 따라 함께 죽으려고 결심했다. 열차를 운행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던 미사코에게 남편은 기차에서 내리라고 말한다. 이렇게 이 책의 마지막 반전이 나온다.

 

1화부터 4화까지에 걸쳐 인물들이 만났던 유령 열차의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사랑하는 이들이 계속 살아가기를 바라며 열차에서 내리게 한 것이다. 이렇게 인간이 아름다운 존재임을 유키호도, 독자들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마지막까지 잘 다녀와요라는 미사코의 말을 통해 깊은 여운을 준다.


매 이야기마다 눈물이 차올라 읽는 시간보다 마음을 수습하는데 시간이 더 걸렸던 것 같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에서 세상에 영원할 사랑이야기들을 만나 마음이 몹시 뭉클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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