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미술관의 1편을 재미있게 읽어서 2편이 있다는 이야기에 얼른 책을 펼쳤습니다. 1편이 외국의 화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면 2편은 한국의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한국 편이었습니다. 조원재 작가님은 미술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외국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아서 그 점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저도 사실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잘 아는 화가는 없었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이중섭 화가의 이야기는 조금 알고 있지만 다른 화가들의 이야기는 몰랐습니다. 방구석 미술관 2 한국 편을 통해 한국의 훌륭한 화가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고통을 이겨내는 힘을 가진 소, 백석이 영험한 존재로 표현한 소, 전쟁으로 피난생활을 하던 아내는 폐결핵, 두 아들은 영양실조, 이들을 아내의 친정이 있는 일본으로 보냄, 가족을 다시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작품에 몰두했을 그의 모습이 떠올랐고 동시에 마음이 아팠다. 동시에 희망으로 그림을 그렸던 그가 희망을 잃고 무너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조금만 더 버텨주었다면 그의 희망대로 흘러갔을 텐데 그 모습을 보지 못해 안타까웠다.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제때 평가받는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 것인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작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특별한 한국미술명작 전시화에서 이중섭의 소를 보았다. 우선 이중섭의 소를 본다는 것은 미술을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는 굉장한 영광처럼 느껴졌다. 아무래도 유명한 작품을 봤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작가의 힘들었던 삶을 생각해 보니 그 힘차 보이던 소에게서 슬픔이 느껴졌다. 힘찬 소를 그리기 위해 더 힘을 내었을 작가의 모습을 말이다.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다. 지난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에서 나혜석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었다. 깨어있는 사고를 가진 여성이었던 나혜석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그녀를 위로해 주고 힘이 되어주고 싶다고 생각하였다.
한편으로는 그녀의 자식들에게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깨어있는 여성이었던 어머니였지만 자신들에게는 평생 곁에 없었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원망으로 바뀌기까지 그 존재가 얼마나 절실했을까? 후에 어머니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너무 늦어버린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동양화와 서양화를 융합시키는 미지의 길을 선택한 화가이다. 그런 점에서 이응노라는 인물은 깨어있는 사람이었다. 더불어 깨어있고자 노력하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이 전부이고 진리라 믿기 쉽다. 그래서 이응노 화가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깨어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화가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보고 군상이라는 작품을 만들 만큼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작품에 녹여내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더 아름답게 보였다.
유영국 화가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이다. 나는 그의 그림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이 책을 통해서 그의 작품을 제대로 처음 보았다. 아마 교과서에서 보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책에서 작가는 그것을 독특한 감흥, 생경함(새로움)이라 말했다. 그렇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내가 느낀 바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더 놀라운 점은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언제나 많았음에도 그는 돈에 욕심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다 보면 좀 더 욕심을 낼 수도 있었을 텐데 그가 욕심낸 것은 오직 자신의 그림뿐이었다. 그림을 진정으로 사랑한 화가의 작품은 오늘날 내가 그의 작품을 사랑하게 만들었다.
그의 그림을 보면 깔끔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과도한 표현보다는 간략하게 꼭 그릴 것들 만으로 캔버스를 채운 느낌이 들 정도이다.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지며 남편의 예술활동을 지지해 준 아내 이순경 여사의 모습에도 감명을 받았다. 이건희 컬렉션에서 보았던 장욱진 화가의 작품은 지나갔다가도 다시 돌아가 보고 싶을 만큼 정겨운 모습을 담은 작품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화가로 유명하다. 단색화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화가, 일반적으로 미술사적 가치를 공고히 인정받는 작가일수록 작품 가는 고공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작품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미술을 잘 알지 못하는 내가 김환기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그림은 보면 볼수록 생각에 빠지게 했다. 그림에 담긴 것을 이리저리 계속해서 보게 되었다.
박수근의 작품 빨래터는 한때 NH농협은행의 통장에 쓰인 작품이었다. 그 시기에 통장을 만들었다 하면 계속 박수근의 작품을 보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익숙하다.
실제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서민적인 그림을 그린 소탈한 화가였다. 그에게서 평범한 일상을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익숙한 것을 잘 표현한 화가였다.
그녀의 삶이 쉽사리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고독해지고 나서야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었을 작가, 어쩌면 고독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것의 경이로움을 맛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하는 거침없는 투자, 나였으면 못했다.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상황에서의 무모함, 그렇지만 그 파격에 따르는 무모함이 그를 만든 것 같다. 한 번쯤은 그의 도전정신을 발휘해 볼 날이 나에게도 오기를 바란다.
철학 공부를 한 그의 작품에 담긴 철학을 보는 맛이 있는 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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