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일명 똥손이라 그런지 자연스럽게 미술과는 담을 쌓고 살았는데 요즘 미술에도 관심이 생기던 차에 읽게 된 알찬 책이었습니다. 어렵게만 보이던 미술을 한층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쓴 조원재 작가님의 방구석 미술관을 읽었습니다.
죽음에서 시작해 죽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화가이다. 일찍이 어머니와 누나의 죽음을 본 뭉크는 사랑에서까지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된다. 그런 그에게 죽음은 먼 일이 아닌 것이었다. 물론 어느 사람에게나 죽음은 먼 일이 아닌 것이지만, 특히 뭉크에게는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죽음의 공포가 가까웠던 것만은 인정할 정도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그림세계를 지배했음은 당연한 결과였다.
남편 디에고의 불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디에고의 불륜 이야기를 읽을 때는 대책 없이 찡그려지는 얼굴을 억지로 펴느라 고생할 지경이었다. 이런 고통도 예술로 승화한 프리다 칼로의 예술정신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예술에 대한 사랑만으로 지내고 싶다”는 신고전주의의 대부 앵그르의 말이 기억에 남으며 ‘보통의 여인들’에게 존경을 바친 예술가의 모습, 그중에서도 발레리나의 모습을 그린 그림은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주기적으로 종종 보고 싶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절제하지 않았던 고흐는 압생트로 자신의 귀를 자를 지경에 이르렀다. 고흐는 뭐든 자제하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그림에 대한 열정을 절제하지 않았던 점은 좋았지만 압생태를 절제하지 못해 망가지는 고흐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또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에 우리는 고흐의 노랑을 마음껏 감상하고 있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고통으로 빗어내는 극강의 예술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고흐의 그림에 그 답이 있다 싶었다.
‘키스’라는 작품으로만 알고 있었던 그의 그림실력에 깜짝 놀랐다. 잘 알지 못했을 때에는 그 작품이 좋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사실 왜 좋은지 내 마음을 울리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키스’ 외의 다른 그림들을 처음 보았는데 그가 그린 극장의 모습은 정말 대박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후에 그는 현실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진정한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페루에서부터 다시 파리로 돌아와 선원생활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한 고갱, 그는 힘들었겠지만 그것이 그의 예술 밑바탕이 된 것은 분명해 보였다.
<루엘 풍경>은 사진을 보는 듯해서 그의 그림에 놀랐다. 모네의 그림은 전반적으로 예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정신적인 만족, 그것은 작업만이 내게 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던 세잔, 진정으로 미술을 사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너무나 유명한 화가, 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피카소의 이름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 그의 창의적인 그림, 어쩌면 앙리 마티스의 힘이 컸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유대인인 샤갈은 유대인이 희생당하는 아픈 역사를 보면서 인류애와 평화로 빛날 미래를 그렸다. 책을 읽으며 인간적인 모습을 엿보게 되어 더욱 관심이 가게 된 화가였다. 그런 그의 정신이 담긴 프랑스 니스에 있는 샤갈 미술관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진보적이라고 하는 예술집단의 보수적인 면을 꼬집은 진정 열린 예술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예술적 감각을 넘어서 열린 사고를 가진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 그림이나 조각 형태의 예술 작품들을 만드는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차라리 내 인생 자체를 예술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을 예술가로 살며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이라고 말한 그처럼, 많은 사람들이 인생이라는 예술 작품을 잘 완성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총평>
방구석 미술관에서 만나본 대부분의 화가들은 당대에는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묵묵하게 개척해 나간 그들에게 배울 점은 무수히 많았다. 과거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지 말고 나만의 방법으로 습득,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들에게서 느낀다. 또 한편으로는 지금의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시절의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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