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H라는 조그만 갯마을에 사는 해순이는 나이 스물셋의 청상이었다. 해녀인 보재기와 뜨내기 고기잡이 김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인 해순이는 “어머니를 따라 바위그늘과 모래밭에서 바닷바람에 그슬리고 조개껍질을 만지작거리고 갯냄새에 절어서” 성장한다.
열아홉 살 되던 해 성구에게 시집가자 어머니는 자신의 고향인 제주도로 가버린다. 남편인 성구는 해순이를 아끼는 마음에 어렸을 때부터 시작한 물질을 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성구나 칠성네 배를 타고 원양으로 고등어잡이를 나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게 되자, 해순이는 다시 물질을 하면서 가장이 된다.
어느 날 밤 잠결에 상고머리 사내에게 겁탈을 당한 해순이는 그것이 상수였음을 알게 된다. 그는 원래 다른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는데, 두 해전 상처한 뒤 고향을 떠나와 이모집인 후리막에 와서 일을 거들고 있었다.
해순이와 상수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문이 돌고 다시 고등어철이 와도 칠성네 배는 소식조차 없다. 시어머니는 아들인 성구의 첫제사를 지낸 뒤 해순이를 상수에게 재가시킨다 해순이가 떠난 쓸쓸한 갯마을에 고된 보릿고개가 지나고 또다시 고등어철이 돌아온다.
그러나 상수는 다시 징용으로 끌려가고, 혼자 바다가 없는 곳에서 견딜 수 없었던 해순이는 성구의 두 번째 제사를 사흘 앞둔 날 바다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귀신이 들렸다고 생각한 시댁에서 굿을 준비하는 동안 마을을 빠져나와 갯마을로 돌아와 이곳에서 평생 살기를 다짐한다. 마침, 멸치 떼가 드물게 있는 풍년을 맞는다.
주로 서민들의 소박한 삶을 그린 단편소설을 썼다. 아버지 시영과 어머니 손필옥 사이의 4남 3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나 1928년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에 있는 나니와중학을 수료했다. 잠시 귀국했다가 1937년 다시 건너가 도쿄국민예술원에 입학, 이듬해 졸업하고 귀국했다.
만주 등지를 방랑하다 1943년에 돌아와서는 경남여자고등학교·부산중학교 교사로 근무했고, 6·25 전쟁 때는 유치환과 동부전선에서 종군했다. 1954년 서울로 올라와 이듬해 조연현과 〈현대문학〉을 창간한 뒤로는 창작에만 몰두했다. 1970년 한국문인협회 소설분과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1979년 간염으로 죽자 언양면 송태리에 있는 선산에 묻혔다.
1948년 〈백민〉에 시 ‘산골 아가’가 발표된 데 이어, 194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남이와 엿장수’가 입선되고 이듬해 단편 ‘머루’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 뒤 ‘화산댁’, ‘갯마을’, ‘개개비’, ‘은냇골 이야기’, ‘어린 상록수’등 단편만 100여 편 발표했다. 이 작품들은 대부분 서민들의 따뜻한 인간애를 다룬 것으로서 ‘화산댁’에서는 시골에 살다가 서울로 올라온 어머니의 슬픔을 그렸고,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갯마을’에서는 청상과부의 사랑과 애환을 그렸다. 현실을 바로 보지 않고 환상에 사로잡힌 작가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내일의 삽화’, ‘안나의 유서’ 등에서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을 다루기도 했다. 읽기 쉬운 문체를 썼고 작품 전체에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1955년 한국문학가협회상, 1959년 아세아자유문화상, 1977년 대한민국 예술원상과 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해순이:해녀의 딸로 성구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고기잡이 나간 성구를 잃고 과부가 된다. 상수와 함께 뭍으로 나가 살지만 상수가 징용에 끌려가자 바다가 그리워 갯마을로 돌아온다.
성구:해순이의 첫 남편이다. 착실한 성격의 인물로 고등어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행방 불명된다.
시어머니:해순이의 시어머니로 인정이 많다. 혼자된 며느리를 안타까워하며 해순에게 재가할 것을 권유한다.
상수:해순이의 두 번째 남편으로 갯마을에 와서 과부가 된 해순에게 반해 청혼을 한다. 육지로 나가 같이 살지만 얼마 후 징용에 끌려간다.
소설 속의 갯마을은 문명이 미치지 못하는 공간으로서 ‘징용’이라는 표지마저 없었더라면 시대조차 짐작하기 어려운 초시간적인 공간이다. 이처럼 작품의 배경인 갯마을은 번잡하고 소란한 문명사회와는 동떨어져 있는 공간이며, 이러한 공간적인 특성이 그곳에 사는 인물들로 하여금 자연과 동화되어 꾸밈없이 건강하게 살아가게 한다. 즉, 갯마을은 작자의 의도에 따라 역사적 현장과는 거리가 있는 인간의 삶의 원형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상징화되어 있다.
이러한 공간적 배경과 인물 설정을 통하여 자연이 주는 아픔(폭풍에 남편을 잃는 아픔)마저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며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의 가장 중심에 놓인 것은 ‘바다’이다. 해순이의 애정 문제는 결코 해순이의 삶의 중심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해순이에게 바다는 생활의 터전이라는 부수적인 공간이 아니라, 그녀의 삶 자체인 것이다. 바다가 없이는 한순간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바다는 그녀에게 삶을 지탱하는 종교와도 같은 세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순은 상수를 따라 산골 마을에 가지만 결국 다시 바다로 돌아오게 된다. 사랑하는 이의 목숨을 빼앗았지만, 삶의 원동력을 제공하고 원시성이 살아 있는 바다는 해순의 이상향인 것이다.
이와 같이 바다는 죽음의 이미지보다는 삶의 원천의 이미지로 제시되어 있으며 갯마을 사람들을 품어 주는 모성 공간의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다. 작가가 추구하는 이상 세계는 갈등이 없는 화합의 세계, 문명적 요소가 없는 원시적 세계, 건강한 생명의 약동이 있는 세계이다.
갈래 : 단편 소설
성격 : 토속적, 사실적
배경
시간적 배경 : 일제 강점기
공간적 배경 : 동해안의 H라는 갯마을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주제 : 바다에 대한 한 여인의 애착, 대자연과 융화하는 순박하고 원시적인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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