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바다를 끼고 있는 고요한 산기슭 마을에 이따금 찾아오는 엿장수는 무료에 지친 아이들에게 활기를 제공한다. 아이들은 엿판을 들여다보면서 군침이 괴고 마음까지 흐뭇해지는 것이다. 남이가 식모로 일하는 주인집의 아이인 영이와 윤이가 사건을 일으켜 남이가 녀석들을 때리고 꼬집는 일이 벌어진다. 주인 내외가 추석치레로 사 준, 남이가 애지중지하는 옥색 고무신을 녀석들이 엿과 바꿔 먹었기 때문이다. 남이는 마을에 들어온 젊은 엿장수에게 당장 옥색 고무신을 돌려 달라고 한다. 엿장수는 고무신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보고 없으면 새 신이라도 사다 주겠노라고 남이를 안심시키더니, 남이의 옷섶에 붙은 벌을 쫓으려다 침에 쏘인다. 그 후로 엿장수는 마음에 두고 있는 남이를 만나고 싶어 마을에 자주 나타나 오래 머물고, 특별하게 영이와 윤이에게는 공짜 엿을 주기도 한다. 어느 날은 남이의 주인집을 기웃거리다 도둑으로 오인받기도 한다.
꽃이 한창 피는 어느 봄날, 남이의 아버지가 남이를 고향 마을 총각한테 시집보내겠다고 주인집에 찾아온다. 남이는 정든 주인집을 떠나고 싶지 않지만 아버지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 고향 마을로 떠나는 아침, 때마침 엿장수가 나타난다. 남이가 종이돈을 건네자 엿장수는 돈을 되돌려주며 엿가락을 그냥 내민다. 엿장수는 옥색 고무신을 신고 아버지와 함께 떠나는 남이를 울음 고개에서 멀거니 바라본다.
주로 서민들의 소박한 삶을 그린 단편소설을 썼다. 아버지 시영과 어머니 손필옥 사이의 4남 3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나 1928년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에 있는 나니와중학을 수료했다. 잠시 귀국했다가 1937년 다시 건너가 도쿄국민예술원에 입학, 이듬해 졸업하고 귀국했다.
만주 등지를 방랑하다 1943년에 돌아와서는 경남여자고등학교·부산중학교 교사로 근무했고, 6·25 전쟁 때는 유치환과 동부전선에서 종군했다. 1954년 서울로 올라와 이듬해 조연현과 〈현대문학〉을 창간한 뒤로는 창작에만 몰두했다. 1970년 한국문인협회 소설분과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1979년 간염으로 죽자 언양면 송태리에 있는 선산에 묻혔다.
1948년 〈백민〉에 시 ‘산골 아가’가 발표된 데 이어, 194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남이와 엿장수’가 입선되고 이듬해 단편 ‘머루’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 뒤 ‘화산댁’, ‘갯마을’, ‘개개비’, ‘은냇골 이야기’, ‘어린 상록수’등 단편만 100여 편 발표했다. 이 작품들은 대부분 서민들의 따뜻한 인간애를 다룬 것으로서 ‘화산댁’에서는 시골에 살다가 서울로 올라온 어머니의 슬픔을 그렸고,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갯마을’에서는 청상과부의 사랑과 애환을 그렸다. 현실을 바로 보지 않고 환상에 사로잡힌 작가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내일의 삽화’, ‘안나의 유서’ 등에서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을 다루기도 했다. 읽기 쉬운 문체를 썼고 작품 전체에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1955년 한국문학가협회상, 1959년 아세아자유문화상, 1977년 대한민국 예술원상과 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엿장수 : 엿판을 들고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엿을 판다. 고요한 산기슭 마을의 무료한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존재로, 고무신 사건을 계기로 남이를 만나 좋아하게 된다. 자신의 연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보다 그저 남이를 바라보거나 선물을 주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순박한 청년이다.
남이 : 아이들을 아끼는 성실한 식모로 추석치레로 받은 옥색 고무신을 애지중지한다. 한 번도 아이들을 때린 적 없지만 그 고무신을 아이들이 엿과 바꿔 먹자 처음으로 손찌검을 한다. 엿장수에게 호감이 있지만 봉건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런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을 시집보내려는 아버지를 따라나서고 만다.
철수 내외 : 가난한 산기슭 마을에 살며 맞벌이를 하는 평범한 부부로 영이, 윤이 두 아이를 키운다. 남이가 영이와 윤이를 때렸을 때 무조건 나무라지 않고 그 연유를 찬찬히 살펴 주고, 추석치레로 남이가 갖고 싶어 하는 옥색 고무신을 사 주었으며, 남이가 갑자기 떠나게 되었을 때도 옷감이며 선물을 가득 싸 주는 등 식모인 남이를 식구처럼 대하며 아낀다.
영이, 윤이 : 철수 내외의 여섯 살, 네 살 난 두 아들이다. 엿을 무척 좋아하며 천진난만하고 철이 없다. 남이가 아끼는 옥색 고무신을 엿과 바꿔 먹어 엿장수와 남이가 만나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다. 남이를 식구처럼 여겨 남이가 떠나게 되자 몹시 슬퍼한다.
남이 아버지 : 일흔의 노인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남이를 시집보내겠다며 철수네에 찾아온다.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로 독단적이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1940년대 말, 시골 마을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남녀 간의 애정 표현이나 결혼에 대해 몹시 보수적인 모습을 보인다. 가령, 남이와 엿장수는 벌 때문에 예기치 않게 신체 접촉을 하게 되자 서로 몹시 부끄러워한다. 남녀 간에 내외를 하는 분위기인 것이다. 거기에 더해 서로에게 호감이 있지만 그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서로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이는 개인적인 성격이기보다는 당대의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로 인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남이 아버지가 등장한다. 남이 아버지는 딸의 의사 따위와는 관계없이 집안 형편에 따라 남이를 시집보내려 하며, 신랑도 자기 마음대로 정해 놨다. 하지만 남이는 눈시울만 붉힐 뿐 아버지에게는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한다. 남이는 마음은 엿장수가 있는 마을에 둔 채, 아버지의 결정을 따라 시집을 가기 위해 떠난다. 이를 통해 이 소설은 아직까지 봉건적 결혼 제도와 가부장적 질서가 확고하며 자유연애가 일반적이지 못한 시대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이가 추석치레로 선물 받아 애지중지하는 옥색 고무신을 아이들이 엿과 바꿔 먹었다. 그래서 남이는 엿장수에게 자신의 고무신을 돌려달라고 했고 이는 남이와 엿장수가 만나는 매개체가 된다. 결말에서 남이는 옥색 고무신을 신고 아버지를 따라 떠난다. 엿장수가 남이이게 새 옥색 고무신을 선물했을 것이라는 남이와 엿장수 간의 사연을 짐작하게 한다. 이로써 고무신은 소중한 물건이자 추억이 담긴 물건이며 애정의 징표, 이별의 상징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갈래 : 현대 소설, 단편 소설
성격 : 서정적, 애상적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공간적 배경 : 바다가 보이는 산기슭 마을
주제 : 젊은 남녀의 맑고 애틋한 사랑
오정희‘소음공해’ 총정리-줄거리/해설 (0) | 2023.10.10 |
---|---|
오영수 ‘갯마을’총정리-줄거리/해설 (1) | 2023.09.18 |
박완서 ‘해산바가지’총정리-줄거리/해설 (0) | 2023.08.30 |
박영준 ‘모범 경작생’총정리-줄거리/해설 (0) | 2023.08.23 |
성석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총정리-줄거리/해설 (0) | 2023.08.10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