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신 장애인 시설에서 자원 봉사자로 일하며 남편과 고등학생 아들 둘을 둔 평범한 주부이다. 출장 간 남편과 밤늦게 들어올 아들들을 뒤로하고, 힘든 자원봉사를 마치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 뒤 커피 한잔과 함께 클래식을 들으며 온전히 혼자가 되는 자유 시간을 갖는다. 그렇게 얼마간의 여유로움이 흘렀을까 “드르륵드르륵” 거리는 소리가 불청객처럼 찾아온다.
하루이틀의 일이 아닌 윗집에서 들려오는 무거운 수레를 끄는 듯 둔탁한 소리 때문에 ‘나’는 피로를 느낀다. 그러곤 일주일을 참다가 인터폰을 들어 경비원을 통해 위층에 주의를 줄 것을 전한다.
그러나 위층의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다시 인터폰으로 경비실에 주의를 줄 것을 전하고, 다시 걸려온 경비실의 인터폰으로 ‘위층에 주의를 전달했더니 이미 충분히 주의하고 있으니 염려 마시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화가 난 ‘나’는 직접 위층과 통화를 해서 조용히 해 줄 것을 항의한다.
‘나’는 뾰족한 수를 생각하다 지난겨울 선물로 받은 실내용 슬리퍼를 생각해 낸다. 윗집에 슬리퍼를 전달함으로써, 선물로 발소리를 죽이라는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슬리퍼를 들고 조곤조곤 따질 의향으로 위층으로 올라가 벨을 누른다.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고도 10분이나 지나서야 열린 현관문 사이로 보인 것은 휠체어에 앉아 달갑잖은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젊은 여자였다.
젊은 여자는 안 그래도 소리가 덜 나는 것으로 바퀴를 갈아 볼 작정이었다며 죄송하다는 말을 한다. ‘나’는 그제야 소음의 원인을 깨닫고, 텅 빈 하반신을 덮고 있는 젊은 여자의 휠체어에서 시선을 뗀 채 부끄러움으로 얼굴만 붉히고 슬리퍼를 든 손을 등 뒤로 감춘다.
대한민국의 소설가로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저녁의 게임'으로 이상문학상을, '동경'으로 동인문학상을, '구부러진 길 저쪽'으로 오영수문학상을, '불꽃놀이'로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2003년 '새'로 독일 리베라투르상을 수상했는데, 이 것은 해외에서 최초로 한국인이 문학상을 받은 사례다.
대표적인 여성주의 작가로 꼽힌다. 그녀의 작품들이 전부 페미니즘에 천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정희 이전에는 이토록 굴곡 많은 근현대사 속 한국 여성의 실제 삶과 느낌을 가감 없이, 자주적이면 자주적 인대로 수동적이면 수동적 인대로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가는 거의 없었다. 오정희 작품 속 여성들은 아버지의 부재, 다른 남자 가족들의 폭력, 무기력한 어머니 등에게 고통받으면서도 억세게 상황을 헤쳐나가기도 하고, 성적인 일탈을 벌이기도 하며, 생계유지를 위해 미군에게 매춘을 하면서 창녀라는 멸시와 더불어 외화벌이의 산업역군이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들으며 그 속에서 방황하기도 한다. 특정한 메시지를 애써 선동하려 하지 않으면서도 여성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온다는 느낌이 묻어나게 글을 쓰는 그녀의 문체는 한국 문학에서의 '여성적 글쓰기'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하다.
여성스러움과 섬세함, 묘사의 상세함과 더불어 다소 일반적이지 않은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 불안감, 초조함, 긴장감 등의 감정 묘사로 유명하다.
초고를 완성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녹음기에 녹음해 그걸 다시 재생해 듣고 문장을 수정하는 버릇이 있다. 본인의 모든 소설을 다 외우고 있다고 한다.
현재 동인문학상, 김유정문학상의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나’ :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고등학생인 두 아들을 둔 평범한 가정주부이다. 클래식을 즐겨 들으며, 공동생활의 수칙을 중요시하고 품위와 예절을 지키는 인물이다.
위층 여자 : 되도록 조용히 살려고 하지만 주인공 '나'가 인터폰을 자주 해서 예민해져 있다.
인터폰 : ‘나’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이웃에 대한 단절과 무관심을 보여 준다.
슬리퍼 : 소리를 죽이라는 메시지와 소리 때문에 고통받는 ‘나’의 심정을 상대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하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휠체어 : 소음의 원인으로, 극적 반전 및 갈등 해소의 계기가 된다.
‘나’는 위층 사람이 어떤 형편에 처해 있는지도 모르면서 온갖 상상 속에서 자신이 받는 층간 소음 피해만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위층 사람의 형편과 소음의 정체를 확인하게 되자 이웃에게 무관심했던 자신의 태도에 그간의 오해가 풀리고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나’가 느낀 부끄러움은 타인을 배려하지 못한 데에서 기인한 것이다.
갈래 : 단편 소설, 현대 소설
성격 : 교훈적, 비판적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배경
시간적 배경 : 현대
공간적 배경 : 아파트
주제 : 이웃에 무관심한 현대인의 삶에 대한 반성
손창섭 ‘잉여인간’ 총정리-줄거리/해설 (2) | 2023.11.30 |
---|---|
황순원‘별’ 총정리-줄거리/해설 (1) | 2023.10.30 |
오영수 ‘갯마을’총정리-줄거리/해설 (1) | 2023.09.18 |
오영수 ‘고무신’총정리-줄거리/해설 (6) | 2023.09.11 |
박완서 ‘해산바가지’총정리-줄거리/해설 (0) | 2023.08.30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