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이 다 된 초등학교 동기들이 모여 돌아가며 자신의 옛이야기를 한다. 마지막 순서로 말수가 없는 건호가 나서서 어린 시절의 사랑 이야기를 하겠다고 한다.
‘나(건호)’는 어느 날 군청 관사 정원을 지나다가 명은이를 보게 되는데, 그녀가 눈이 멀었다는 것을 알고 놀라 달아난다.
다음 날부터‘나’는 명은이와 친해지기 시작한다. 어느 날 ‘나’는 명은이에게 전쟁 이야기를 전하다 갈등을 겪게 되고 ‘나’와 명은이는 종소리를 계기로 화해한다.
‘나’는 명은이에게 종을 울린 백마 이야기를 들려주고 종탑 아래에서 종소리를 듣는다. 그 후 명은이는 직접 종을 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종을 관리하는 딸고만이 아버지 때문에 명은이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나’는 난처한 처지에 놓인다.
‘나’는 결국 명은이와 함께 종탑에 가서 종을 치고, 그녀의 울음소리와 함께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건호의 이야기를 들은 초등학교 동기들은 그 이야기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금융조합과 식산은행, 산업조합에 근무하여 유복했지만 8·15 해방 후 익산으로 이사를 오면서 집안이 몰락하여 궁핍한 생활을 전전하였다. 1961년 전주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그 해 10월 공군에 입대, 제트기체 정비사로 근무하였다. 1966년 부안의 진서초등학교 선포분교 교사로 근무하며 내소사에서 습작 생활을 시작하여,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회색 면류관의 계절’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하였다.
1970년대 숭신여자중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1973년 원광대학교 문리대학 국문과를 졸업한 뒤 일조각 편집위원으로 근무하였다. 1973년에 외할머니와 친할머니의 두 아들이 각각 국군과 인민군 빨치산에 나감으로써 빚어지는 동족상잔의 아픔과 함께 감동적인 화해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장마’를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독특한 리얼리즘 기법으로 시대의 모순을 드러내며, 한국 현대사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과 함께 산업화와 소외의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건호) : 명은이의 유일한 친구가 되는 소년으로 명은이가 종을 치도록 안내하고 도와준다.
명은 : 부모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으로 앞을 못 보는 소녀다. 종을 쳐서 자신의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심정을 하늘에 호소하고자 한다.
딸고만이 아버지 : 교회의 종지기로 종 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종을 울리는 ‘나’와 명은이를 떼어 내려다 같이 줄에 매달리게 된다.
명은이 외할머니 : 앞을 못 보는 명은이를 돌보아 주는 보호자이다. 명은이와 친구가 된 ‘나’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종소리는 부모의 죽음을 목격한 명은이의 울음소리를 뜻하며 명은의 순수한 소원과 구원의 희망을 의미하다. 또한 전쟁의 비극을 세상에 고발하며, 평화를 바라는 소리를 의미한다.
삽입된 우화는 백마의 억울함이 풀리고 의리 없는 기사가 벌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인과응보’의 교훈을 담고 있다. 명은이는 이 이야기에서 억울한 백마가 종을 울린 사실에 관심을 가진다. 종을 울림으로써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고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데 주목한 것이다. 이러한 우화는 평범한 종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억울한 백마를 명은으로, 백마를 종으로 인도하는 칡넝쿨을 ‘나’로 대응시킴으로써 내용의 긴밀성을 높이고 있다.
이 작품에서 명은이는 눈앞에서 부모가 죽는 모습을 목격하고 그 충격으로 앞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전쟁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 가기도 하고, 살아남은 사람에게 신체적 · 정신적 고통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작가는 전쟁의 폭력성과 참혹함을 고발하고 있다. 그리고 명은이가 종을 쳐서 소원을 빌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나’를 통해 전쟁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갈래 : 단편 소설, 액자 소설, 전후 소설
성격 : 사실적, 상징적, 회상적
배경
시간적 배경 : 6·25 전쟁
공간적 배경 : 전북 익산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주제 : 6.25 전쟁이 야기한 비극과 그 극복 가능성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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