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치는 머리가 벗어지고, 소새는 주둥이가 나오고, 개미는 허리가 잘록한 데는 내력이 있다. 왕치와 개미와 소새는 함께 산다. 개미는 부지런하고, 소새는 제 앞가림을 했으나 왕치는 놀고먹기만 해서 눈치를 받는다.
어느 가을날 셋은 하루씩 맡아 잔치를 치르기로 한다. 개미는 촌 마누라의 넓적다리를 물어 촌 마누라가 내동댕이친 밥 광주리로 푸짐한 상을 차린다. 다음 날 소새는 물가로 나가 잉어를 잡아 와서 잔치를 치른다.
왕치의 차례인 셋째 날이 되었다. 왕치는 들로, 산으로, 잔디밭으로 나가 보았으나 아무것도 잡지 못한다. 물가에 온 왕치는 용기를 내어 잉어를 잡으려다 오히려 잉어에게 잡아먹힌다.
개미와 소새는 왕치를 찾으러 나선다. 왕치를 찾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소새가 물가에서 잉어를 잡게 된다. 소새와 개미가 잉어를 먹고 있는데 배속에서 왕치가 뛰어나온다. 왕치는 자신을 구출한 소새와 개미에게 고맙다는 말은커녕, 자기가 잉어를 잡아 온 것처럼 너스레를 떨었다. 소새는 반가운 것도 놀란 것도 어디로 가고 배알이 상해서 주둥이가 튀어나와 버렸다. 왕치는 덥다고 머리의 땀을 닦다가 머리가 훌러덩 벗어졌고 이를 본 개미는 배꼽을 잡고 미친 듯이 웃다가 허리가 부러졌다. 이때부터 왕치는 대머리가 되고 소새는 주둥이가 나오고 개미는 허리가 잘록해졌다고 한다.
호는 백릉, 전라북도 군산시 출생이다. 중앙고등보통학교를 거쳐 일본 와세다대학교 영문과를 중퇴했다. 귀국 후 <동아일보>, <조선일보> 기자를 역임했다. 1925년에 단편 ‘세 길로’가 <조선문단>에 추천되면서 등단했다. 그 후 희곡 ‘사라지는 그림자’, 단편 ‘화물자동차’, ‘부촌’등 동반작가적 경향의 작품을 발표했다. 1934년 ‘레디메이드 인생’, ‘인텔리와 빈대떡’등 풍자적인 작품을 발표해 작가로서의 기반을 굳혔다. 그 뒤 단편 ‘치숙’, ‘소망’, ‘지배자의 무덤’등 풍자성이 짙은 작품을 계속 발표했다. 중편으로는 ‘태평천하’가 있고, 장편으로는 ‘탁류’가 있다.
왕치: 이 작품의 사실상의 주인공이자 잉여, 니트 속성의 캐릭터이다. 먹기는 매우 잘 먹으면서 비위가 좋은데 정작 힘은 파리 한 마리 건드리기조차도 힘들 정도로 최약체이다.
소새: 날쌔고 부지런하여 최소한 자기 할 일은 잘 해낸다. 하지만 너그러운 편은 아니기 때문에 놀고먹을 수밖에 없는 왕치를 늘 구박한다.
개미: 부지런한 실제 개미의 습성이 그대로 반영된 캐릭터이다. 이 작품에서는 너그럽고 낙천적인 대인배이기까지 해서 왕치가 들러붙어서 얻어먹고 살아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매일 놀고먹는 왕치는 체면만 생각해 제 분수를 모르고 이 일 저 일에 경솔하게 뛰어들어 죽을 뻔하다가 가까스로 살아난다. 제 몫을 제대로 해내는 소새는 이기적이어서 제 앞가림을 못하는 왕치를 미워한다. 부지런한 개미는 인정이 많아서 제 앞가림도 못하는 왕치를 측은하게 생각한다.
설화의 하나인 미담에는 여러 가지 특징이 있는데 ‘옛날 옛적에’와 같은 막연한 배경이 그중 하나이다. 민담에는 비현실과 현실이 공존할 수 있다. 왕치와 소새와 개미가 함께 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민담은 자유로운 반복과 대립으로 흥미를 끈다. 세 동물 이야기의 반복은 줄거리를 기억하게 하며 시와 같은 율동감과 안정감을 준다. 이 소설은 민담적 요소를 많이 지니고 있지만 민담은 아니다. 민담은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는 것이지만 이 소설은 작가의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서술자가 글의 앞뒤에서 밝힌 내용에 초점을 맞추면 ‘왕치, 소새, 개미의 생김새에 얽힌 내력’이 주제가 된다. 왕치의 이기적인 모습과 왕치를 죽음으로 몰고 간 소새의 좁은 소견에 초점을 맞추면 ‘조화로운 공동체 생활 추구’가 주제가 될 수 있다. 허황되게 자신보다 몸집이 큰 송아지나 잉어를 잡으려는 왕치를 볼 때는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먹을 것을 챙기고 놀기만 하는 왕치에 초점을 맞추면 ‘이기심을 버리자’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갈래 : 우화소설
배경
시간적 배경 : 가을
공간적 배경 : 농촌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주제 : 조화로운 공동체 생활의 추구, 이기적 태도에 대한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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