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인왕산에 올라 골짜기와 흐르는 물을 감상하면서 감흥에 젖는다. ‘여’는 암굴 하나 때문에 불쾌한 공상에 빠지기 시작한다. ‘여’는 불쾌한 공상보다 좀 더 아름다운 이야기가 꾸며지지 않을까 하고 이야기 한 편을 꾸민다.
솔거라는 화공은 얼굴이 매우 흉해 대낮에는 다니지 않는다. 솔거는 열여섯 살에 장가를 들었지만 처녀는 솔거의 흉한 얼굴을 보고 놀라서 달아났다. 다시 장가를 들었지만 두 번째 처녀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여인에게 소모되지 않은 정력이 솔거의 머리로 모이게 되고, 다시 손끝으로 가서 마침내 수천 점의 그림을 완성한다.
솔거는 기존의 그림에 만족하지 않고 색다른 표정의 얼굴을 그리고 싶어 한다. 솔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그리리라 다짐한다. 솔거는 장안을 쏘다니기도 하고 뽕밭에서 궁녀의 얼굴을 훔쳐보기도 하지만 자신이 바라던 얼굴을 찾지 못하자 점차 괴팍해져 간다.
어느 가을 솔거는 물가에 앉은 소경 처녀를 본다. 온갖 공상과 정열과 환희가 담긴 처녀의 절묘한 미소를 보고 솔거는 자신이 찾던 미녀를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처녀를 오두막으로 데려온 솔거는 용궁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림을 그린다. 그는 그림의 눈동자만 남겨둔 채 처녀와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 날 솔거는 눈동자를 그리려고 하지만 처녀의 눈에는 자신이 바라던 아름다운 눈빛이 나타나지 않는다. 화가 난 솔거가 처녀를 다그치며 멱살을 잡고 흔드는 바람에 처녀는 넘어지면서 목숨을 잃는다. 순간 벼루에서 먹물이 튀고, 그림 속에 원망의 빛을 담은 눈동자가 찍힌다. 수일 후에 한양 성내에 여인의 화상을 들고 음울한 얼굴로 돌아다니는 광인이 나타난다. 솔거는 수년 동안 방황하다가 돌베개를 베고 죽는다.
‘여’는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는데 석양이 비치는 천고의 계곡 위로 산새가 날고 있다.
1920~30년대, 간결하고 현대적 문체로 문장혁신에 공헌한 소설가이다. 최초의 문학동인지 <창조>를 발간하였다. 사실주의적 수법을 사용하였고, 예술지상주의를 표방하고 순수문학 운동을 벌였다. 주요 작품은 ‘배따라기’, ‘감자’, ‘광염 소나타’, ‘발가락이 닮았다’, ‘광화사’등이다.
여 : 이야기의 화자로 인왕산 등산 중 작은 개울가에 쉬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솔거 : '여'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조선 세종대왕 시절 사람으로 신라의 화성 솔거에서 이름을 따왔다. 얼굴이 너무 못생겨서 결혼하는 족족 실패한 나머지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고 홀로 살다가 어머니의 모습에 따온 미인도를 구상하던 중 소경인 한 처녀를 만나게 된다.
소경 처녀 : 솔거가 미인도의 모델로 찾은 아름다운 맹인 처녀로 솔거와 동거하면서 속세의 애욕에 취하게 된다.
솔거는 흉한 외모 때문에 두 번이나 결혼하고도 모두 여자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여자와 함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솔거는 세상에 대해 반발심을 느끼게 된다. 세상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은 솔거가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비웃을 수 있을 만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의 주제는 화공으로서의 열정이다. 솔거의 내면 의식을 추적해 볼 때 그의 열정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연유한다. 유복자로 태어난 솔거는 어려서 어머니를 잃는 바람에 어머니의 영상만 마음에 남아있다. 이러한 모성의 결핍이 솔거에게 무의식적으로 고착된 것이다. 아름답고 황홀한 어머니의 눈빛을 처녀가 계속 지녀 주기를 갈망하는 것은 모성에 대한 갈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솔거는 처녀와 하룻밤을 보낸 후에 처녀로부터 더 이상 이상적인 모습을 찾기 못하게 되는데 이 작품에서 제시된 아름다움은 쾌락이 아닌 순수함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광화사’는 ‘광염소나타’와 함께 작가 김동인의 유미주의적 경향이 짙게 나타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솔거의 예술에 대한 열정, 예술적 대상에 대한 그의 심미안, 밤을 함께 지내고 난 후 소경 처녀의 눈빛에 일어난 변화, 처녀에 대한 안타깝고 절망적인 분노 등은 작가의 예술 지상주의적 경향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소경 처녀가 죽으면서 엎은 벼루의 먹 방울이 튀어 그림의 눈동자를 이루고, 그 눈동자가 죽은 처녀의 원망의 눈으로 나타난다. 화공이 미치게 되는 작품의 마지막 부분은 거의 악마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광화사’는 모든 것의 희생 위에서 희귀한 예술이 완성된다는, 즉 예술적 완성은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는 작가의 예술 지상주의적 경향을 반영한다. 서구의 유미주의자들이 완벽한 형식미를 작품에 구현하고자 한 데 반해서 김동인은 개연성과 같은 소설의 필수 요소조차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절세 미녀인 어머니를 둔 솔거가 추남이라는 설정과 먹이 튀어 눈동자가 완성되는 등 비상식적인 설정이 바로 그것이다.
갈래 : 순수소설, 액자소설
배경
외화) 시간적 배경 : 일제강점기 / 공간적 배경 : 인왕산
내화) 시간적 배경 : 조선 세종 때 / 공간적 배경 : 인왕산,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는 탈속의 자연환경
시점
외화 : 1인칭 관찰자 시점
내화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주제 : 한 화공의 일생을 통해 나타난 현실(세속)과 이상(예술) 세계의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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