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는 가난한 농촌 출신이지만 신식 교육을 받은 소위 인텔리이다. 그러나 실직 상태로 취직을 위해 신문사 사장 K를 찾아가 부탁하지만 거절당한다. 9살 아들 창선을 올려 보내겠다는 편지가 형에게서 온다. P는 아들은 인텔리로 만들지 않겠다고 생각해 학교에는 보내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리고는 친구 H와 M과 함께 술을 마신다. 며칠 후 P는 인쇄소 과장에게 아들을 수습공으로 채용해 줄 것을 부탁한다. 아들이 서울에 온 다음 날 아침 P는 아들을 인쇄소에 맡긴다.
1924년 ‘새길로’로 등단한 작가 채만식은 기자생활을 하다 작가가 되었다. 짧은 활동기간에 비해 200여 편의 작품을 남기는 다작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투리를 잘 다룬 작가이다. 최초의 근대적 장편 추리소설인 ‘염마’를 서동산이라는 가명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채만식 역시 친일 반민족 행위자이다. 일제에 부역하는 친일 소설을 써냈다. 광복 후 ‘민족의 죄인’을 통해 친일 행위를 고백하고 변명했다. 자신의 친일 행적을 최초로 인정한 작가라고도 한다. 친일 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 반민족 행위 705인의 명단에도 포함되어 있다.
시간적 배경 : 1930년대 일제강점기
공간적 배경 : 서울
1930년대 일제가 만들어낸 차별적 사회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일제는 조선인들을 포섭하기 위해 교육을 장려하였다. 그러나 그 실상은 교육을 통해 저항 의미 꺾인 충성심을 가진 사람을 키워내는 것에 목적이 있어 조선인에게는 많은 제약을 두었다. 일제의 효율적인 신민지 통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조선의 인텔리들이 취직할만한 곳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이러한 사회 구조가 소설의 배경이 된 것이다.
기성품이라는 뜻을 가진 레디메이드는 사회에 나왔지만 취직이 안 된 불안정한 인생을 완성되고도 팔리지 않는 기성품에 빗댄 것을 말한다. 이 소설은 당시 지식인들의 그러한 비애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P군을 통해 허위와 체면에 차있는 무능력한 지식인 계층을 비판하고 있다. 작품 속 P는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을 실업자로 전락시킨 사회의 구조를 비판한다. 어린 아들을 취직시키는 결말을 통해 지식이 쓸모없게 된 식민지 현실에 대해 풍자하고 있다.
1930년대 당시의 지식인들은 교육만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사회에는 지식인들이 넘쳐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을 제대로 활용할 일자리는 없었고 그들은 사회에서 실업자로 전락했다. 작품 속의 P 역시 1930년대 전형적인 지식인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지식인들이 느꼈을 허무함이 잘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어떤 점에서 작가와 닮아있는 것 같았다. 당시의 지식인들의 상황에서는 인생의 선택지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하면 교사를 하는 정도이고 농촌으로 내려가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농사를 짓는 것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먹고살기 위해 친일행위를 한다. 이미 몇몇 작가들이 그런 식으로 친일행위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 하에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그런 상황에서도 일제에 부역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지킨 작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더욱 존경받아야 될 이유다.
레디메이드 인생의 P군은 그런 자신의 상황 때문에 아들을 인쇄소로 보낸다. 어차피 가망이 없는 미래라면 지식을 쌓아 희망을 가질 기회를 만들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정말 아들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위한 것일까? 아이에게는 의견조차 묻지 않고 마음대로 인쇄소로 보낸 것은 결코 아들을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너만은 이런 절망감을 느끼지 말라는 아버지의 부정일 수도 있겠지만 아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박탈한 것이다. 기초적인 공부는 하고 싶다면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낫다고 본다. 자신 스스로도 유흥을 하느라 돈을 탕진하는 모습만큼은 삼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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