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 징역살이를 하고 지금은 폐병으로 앓아누워있는 아저씨 이야기를 한다. 서른셋의 아저씨는 일본에서 대학도 다녔지만 지금은 실업자이다. 감옥에서 풀려난 아저씨는 아주머니를 소박 맞히고 신여성과 딴살림까지 차렸다.
일곱 살에 부모를 잃은 나를 아주머니가 데려다 키워주신 덕분에 보통학교도 4년간 다닐 수 있었다. 나는 아저씨와 아주머니 모두 답답하다 생각한다.
일본인 상점에서 일하는 나는 열심히 일해서 일본 여자와 결혼하고 이름도 일본식으로 바꾸고 아이를 낳으면 일본인 학교에 보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나의 계획은 아저씨 때문에 방해받는다.
나는 아저씨의 사회주의적 행태를 비판하지만 아저씨는 오히려 나를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며 딱하다고 말한다. 나는 아저씨 같은 사람은 죽어 마땅한데 자꾸 살아나 걱정이다.
치숙의 작가 채만식도 자신의 이름을 딴 채만식 문학상이 있다. 전라북도 군산시에서 채만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문학상을 제정해 소설가들에게 상을 주고 있다. 2003년부터 매년 군산 시민의 날인 10월 5일에 시상식을 열고 있다. 하지만 채만식의 친일 논란 때문에 2005년에는 시상을 하지 못했다.
채만식은 집안 살림이 어렵더라도 밥상에는 꼭 고기반찬을 올릴 만큼 육식을 즐겼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채만식의 작품에는 음식을 묘사하는 장면이 상세한 편이며 산적을 가지고도 소설 한 편을 쓸 정도였다.
나 : 이 작품의 서술자이면서 오촌 고모부인 치숙을 관찰하는 인물이다. 일제강점기 상황 속에서 개인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 일제에 순응하는 친일 주의에 빠진 인물이다. 민족이나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아저씨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치숙(아저씨) : 일본 유학생활을 한 뒤 사회의 모순을 인식하고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지식인이다. 오랜 감옥생활도 병을 얻었고 현실적으로 무능력하고 도덕적으로 흠이 있는 인물이다. 조강지처인 아주머니를 두고 신여성인 첩을 두었는데 징역살이가 끝난 자신을 마중 나온 것은 본처뿐이었다. 나의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된다. 치숙 역시 일본 문화에 동화되려 하는 ‘나’를 비판한다.
아주머니 : 부모를 잃은 나를 거둬주신 분이다. 그래서 ‘나’도 할 수 있는 만큼 아주머니를 도우려 한다. 첩을 얻고 감옥살이를 하고 첩까지 얻은 아저씨를 아무런 불평 없이 보살피는 전통적인 여성의 모습이다.
어리석을 치, 아저씨 숙이 결합된 말인 치숙은 어리석은 아저씨라는 의미이다. 나는 아저씨를 어리석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작품을 읽다 보면 오히려 ‘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될 수 있어 치숙이라는 표현은 반어적 표현으로 쓰였다고 할 수 있다.
나와 아저씨는 여러 면에서 반대의 처지다. 나는 보통학교도 제대로 못 마친 반면 아저씨는 대학교를 졸업했다. 독서취향도 아저씨는 어려운 한자가 섞인 책을 읽고 나는 만화나 일본 작가의 연애 소설이나 사무라이 소설을 읽는다. 그리고 내가 열심히 일하지만 아저씨는 빈둥거리고 일을 안 한다. 그래서 둘은 서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는 아저씨를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라져야 할 인간이라 생각한다. 아저씨 역시 나를 철없는 속물로 여긴다.
치숙에서 아저씨를 희화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실제로 풍자가 되는 대상은 ‘나’이다. 여기에서 아이러니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작가가 일제의 검열을 피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자 선택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겉으로는 작가가 나를 긍정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나를 비판하는 것이다. 후반부에서는 나와 아저씨의 대화만을 보여주며 인물에 대한 비판 의식을 더욱 잘 드러내고 있다.
치숙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시선이 여실히 보이는 작품이었다. 아저씨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너무 답답했다. 그것보다 더욱 답답했던 것은 아저씨가 아주머니를 두고 신여성을 첩으로 맞은 일이었다. 실제로 당시 그런 일이 많았다고는 하지만 아주머니가 너무 안타까웠다. 그런 남편이지만 열심히 돈 벌고 출소하는 남편을 마중까지 나가는 모습이 지고지순한 조강지처의 전형적인 모습인가 싶었다. 그리고 그런 아주머니가 안쓰러웠던 독자인 나와 작품 속 ‘나’는 재혼을 권하지만 그마저도 아주머니는 거절한다. 좋은 아주머니이지만 답답한 아주머니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작품을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비판하고 싶은 대상은 ‘나’라는 인물이었다. 처음에 그냥 보면 나는 치숙과는 다르게 열심히 일하고 아주머니도 잘 챙기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민족을 위한답시고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아저씨를 비판하는 ‘나’의 모습을 볼 때부터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런 ‘나’는 오히려 일본인 상점에서 일하면서 일본인 아내를 원하고 일본 이름으로 바꾸려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친일행위를 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아 하는 모습이다. 치숙이 물론 완전히 긍정적인 인물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런 치숙을 비난하는 나는 더 별로인 것 같았다. 여러모로 답이 없는 일제강점기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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