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판자촌(종이박스나 판자 등으로 만든 집으로 이뤄진 마을) 근처에 문화주택(서양의 주택을 본떠 만들어진 주택)이 들어서고, 자동차가 점점 많아지는 시기이다. 나의 아버지는 이런 시대에도 늙은 노새가 끄는 마차로 연탄 배달을 다닌다.
자동차로 하는 배달보다 노새가 하는 배달은 느릴 수밖에 없어서 아버지의 장사는 한동안 잘 되지 않았는데, 문화주택단지가 들어서고 나서는 일거리가 많아진다. 아버지는 힘들지만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열심히 노새와 일을 하고, 나는 이따금 아버지의 배달 일을 돕는다.
그러던 어느 날, 높고 좁은 골목길로 연탄 배달을 가는데 늙은 노새가 힘을 쓰지 못하고 그만 멈춰 서고 만다. 게다가 더는 마차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뒤로 밀려나 쓰러지고 만다. 경사진 골목길 끝으로 밀려나 마차와 노새는 엉망으로 뒤엉킨다.
이때 부서진 마차 사이에서 기어 나온 노새가 어디론가 도망치고 만다. 아버지와 나는 노새를 찾으러 온 동네를 뒤지고 다니지만 노새를 찾지 못한다. 노새를 찾지 못하고 돌아온 아버지는 속상함에 밥도 먹지 않고 자리에 누워버린다.
도망친 노새를 걱정하며 잠이 든 나는 도망친 노새가 시장이나 도로, 길거리에서 사고를 치고 다니는 꿈을 꾼다. 꿈 때문에 마음이 더욱 복잡해진 나는 아버지에게 다시 노새를 찾으러 나가자고 한다. 아버지는 나의 말대로 다시 노새를 찾으러 나선다. 동네 사람들은 이들이 왜 돌아다니고 있는지, 노새는 왜 보이지 않는지 물어보지 않는다.
자신들의 일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나와 아버지 역시 노새의 행방을 묻지 못한다. 그렇게 노새를 찾으러 돌아다니던 두 사람은 동물원에 발길을 멈추게 된다. 얼룩말 우리에 서서 한참을 서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던 나는, 힘들고 외롭게 평생 일해 온 노새와 아버지가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물원에서 나온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술집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술을 마시며 노새가 사라졌으니 이제 자신이 노새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한다. 가진 건 없지만 악착같이 일하는 노새가 되어 가족들을 먹여 살리겠노라 결심하는 아버지.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와 나에게, 도망친 노새가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물건을 부수었으니 경찰서로 오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아버지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경찰서로 가기 위해 몸을 돌린다. 그런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또 한 마리의 노새가 집을 나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또한 자동차와 비행기가 다니는 세상에서 느리고 약한 노새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생각하며 아버지의 뒤를 쫓아 뛰어간다.
1932년 12월 29일 전라북도 전주시에서 태어났다. 전주사범학교를 나왔지만 교사 임용을 포기하고 다시 공부해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고려대학교 국문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53년 잡지 '문예'에 단편 '쑥 이야기'가, 1956년 '현대문학'에 단편 '파양'이 추천되어 등단해 한동안 작품활동을 지속했고, 1957년 여성 교양지 '여원' 편집장을 하였고, 1959년 민국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들인 이후 경향신문, 동아일보 등에서 기자로 문화부장으로 일하면서 소설은 거의 발표하지 못했다. 1980년 신군부가 들어선 이후 동아일보에서 해직당하였지만 4년 후 복직했다. 이 때문에 해직언론인협의회 회장으로도 활동했다. 이후 창간한 한겨레로 이직하여 논설고문 등을 역임하였다.
1970년대 이후 소설가로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해 산업화 시대의 사람들을 소재로 한 '노란 봉투', '노새 두 마리', '서울 사람들', '거룩한 응달', '누님의 겨울', '흐르는 북', '젖어드는 땅' 등의 작품들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2002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되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냈다.
단편소설의 대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박완서 등의 작가와 함께 70대가 넘어서도 문학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등 나이가 무색한 활동과 기량을 보였었다.
2023년 5월 28일 숙환으로 사망하였다.
나 : 가난한 동네에 사는 아이로, 마부인 아버지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연탄 배달을 돕는다. 이야기의 화자이다.
아버지 : 노새 마차를 끌고 연탄 배달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마부이다. 가난하여 삼륜차를 갖지 못해 늙은 노새 한 마리로 겨우 생계를 이어간다.
노새 : 작중 아버지가 생계를 이어 나가는 수단이기도 하며 또 다른 주인공이다. 아버지와 함께 연탄 배달을 한다.
구동네는 닥지닥지 붙은 판잣집들이 있는 곳으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현대적 문화 수준이 높지 않으며 사람들은 거칠고 투박한 모습을 보인다.
새동네는 문화주택, 2층 슬래브 집들이 있는 곳으로 구동네보다 경제 사정이 양호한 곳이다. 따라서 현대적 문화 수준이 높으며 사람들은 개인주의적이고 폐쇄적인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구동네 사람들과 새동네 사람들은 서로 어울리는 일은 없다.
구동네 사람들과 새동네 사람들은 노새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구동네 사람들은 노새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으며 오히려 골목에 오줌을 싼다며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들에게 노새는 늘 보던 존재이기 때문에 별 관심이 없는 것이다.
반편 새동네 사람들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노새를 흥미로운 존재로 여긴다. 그들에게 노새는 낯선 동물이기 때문에 신기해하고 관심을 가진다.
이 소설의 제목은 ‘노새 두 마리’이다. 한 마리는 실제 노새를 말하고 또 다른 하나는 노새를 닮은 아버지를 말한다. 동네 이 골목 저 골목을 오가며 연탄 마차를 끄는 노새가 있다. 사실 동네 골목을 오가는 노새의 삶은 불행하다. 노새가 있을 자리는 동네 골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노새가 도망가게 되지만 그 도망이 행복한 결말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인공 도시 그 어디에도 노새가 편안하게 거처할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도 그렇다. 아버지는 도시 빈민 가족의 가장이다. 아주 착하기 그지없는 가장이지만 이 아버지의 노동은 고되다. 언덕을 힘겹게 오르는 노새나 그 노새를 이끄는 아버지나 고된 노동에 압박을 당하는 희생자들이다. 이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의 시선 속에 연민이 묻어있다. 아들은 집에만 머물지 않고 노새를 찾아 나선다. 다리가 아프고 배가 고파도 노새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깊은 정이 있기 때문이다.
도시 변두리 주민은 단순 노동과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성장과 개발에서 소외되어 경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
또한 새로운 운송 수단의 등장으로 아버지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다. 산업화와 도시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발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갈래 : 단편소설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배경
시간적 배경 : 1970년대
공간적 배경 : 서울의 어느 가난한 동네
주제 :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의 힘겨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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