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자인 응칠은 송이를 캐고 닭을 잡아먹으며 살고 있다. 산에서 닭을 보면 그 자리에서 잡아먹기도 하며 거친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중 응칠은 성팔을 만나게 되고 동생 응오네 벼가 도둑맞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응칠도 전에는 농사꾼이었지만 빚을 갚을 수 없어 도둑질, 도박을 일삼다 아내와 아이들과 헤어졌다. 결국 감옥까지 갔다 오게 되고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 아우가 보고 싶어 이 마을로 온 것이다. 전과자인 응칠은 자신이 의심을 받게 될까 두려워 응오의 벼를 훔쳐간 도둑을 잡기로 결심한다.
동생 응오는 아내가 아파 추수를 못하고 있다. 사실 응오는 일부러 벼를 베지 않는 것이었다. 열심히 농사를 했지만 이리저리 빚진 것 갚고 세금 내고하다 보면 남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주도 올해는 흉년이니 토지세를 깎아달라는 응칠의 부탁을 거절했다.
응칠은 먼저 소식을 전한 성팔이를 의심한다. 성팔이에 대해 수사를 해보지만 별다른 건 없었다.
응칠이 도둑을 잡기 위해 잠복하는데 갑자기 한 그림자가 나타나 벼를 훔쳤다. 그런데 도둑의 복면을 벗긴 응칠은 절망한다. 그 도둑이 바로 동생 응오였던 것이다. 응오는 소작료가 부담스러워 자기 벼를 훔친 것이었다.
응칠은 응오에게 황소를 훔치자고 하지만 동생은 거절하고 화가 난 응칠은 응오를 패기 시작한다. 그렇게 응칠은 너무 맞아 쓰러진 응오를 등에 업고 고개를 내려온다.
김유정문학촌은 2002년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에 조성된 곳이다. 김유정 소설가를 기리기 위해 그의 생가를 복원하고 전시관을 지었다. 작품의 무대가 되기도 하는 실레마을에 문학산책로와 기념전시관, 부대시설을 조성하였다. 2016년에는 문학촌 부근에 체험관, 사료관, 야외공연장 등을 갖춘 문학마을을 추가로 개관하였다. 수도권 전철인 경춘선을 타고 갈 수 있어서 수도권에서의 접근성이 좋다. 전국의 단일 문학관으로는 최대의 방문객 수를 기록하고 있는 곳이다.
응칠 : 만무방이다. 성실한 농부였던 응칠은 빚이 쌓여가자 떠돌이 신세가 되고 아내와 아이들과도 헤어지게 된다. 도박과 절도를 하며 감옥도 다녀온 응칠은 하나뿐인 가족 동생 응오를 찾아 마을로 오게 되었다.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인물이다.
응오 : 성실하고 순박한 농민이다. 열심히 벼농사를 했지만 빚쟁이와 지주에게 모든 것을 빼앗겨 의욕을 상실한 상태이다. 아내가 아프지만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치료를 해주지 못하고 있다. 자기 논의 벼를 몰래 훔친다. 현실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인물이다.
만무방이라는 단어의 뜻은 예의와 염치가 없는 뻔뻔한 사람을 의미한다. 이 작품에서의 만무방은 응칠이다. 응칠은 도둑질과 도박을 일삼으며 부랑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응오의 행동 역시 만무방에 해당한다. 자신의 벼를 훔치는 응오의 행동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이다. 그의 행동 역시 절망적인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라 응칠의 행동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1930년대의 농촌 사회는 모두가 만무방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만무방’이라는 제목에 담긴 것은 모순된 구조의 사회가 만들어낸 인간이라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반어적이고 냉소적인 말이다.
반어적 기법은 의도와는 반대되게 표현해 예리한 감각을 보여주는 기법이다. 반어에는 언어적인 반어와 상황적인 반어가 있다.
먼저 언어적 반어는 겉으로 드러날 말과 그 실질적 의미가 상반된 관계에 있는 것을 말한다. 의도한 바를 우회적으로 표현해 상대방에게 표현한다.
상황적 반어는 구조적 반어라고도 하는데 독자가 미리 예상한 상황과 정반대의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경우이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에 이러한 상황적 반어가 잘 드러나 있다. 김 첨지가 돈을 많이 번 운수 좋은 상황에서 결말에 아내가 죽는 비극을 보며 상황적 반어를 확인할 수 있다.
소설 ‘만무방’에서도 응오의 벼를 훔친 사람이 바로 응오 자신이라는 것을 독자가 알게 되는데서 반어를 엿볼 수 있다. 동생을 도적으로 생각해 몽둥이로 치는 형 응칠과 형에게 억울하다고 대드는 동생의 모습이 웃기지만 사실은 농촌의 가혹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반어적 상황이 발생한다.
형 응칠의 모습을 처음 접했을 땐 정말 거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저렇게 막 사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가족과 함께 열심히 살 생각을 해야지 하면서 그를 한심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현실이 그를 그렇게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아봐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그는 이미 온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응오가 지금 겪고 있는 상황처럼 말이다.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짓고 살아봐도 이리떼이고 저리 떼이고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제자리인 상황이었다. 열심히 하나 하지 않나 똑같은 상황이라면 당연히 안 하는 게 현명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응칠은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만무방으로 보이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응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응칠에 비해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벼를 추수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작년보다 더 힘들게 뻔하기 때문이다. 전에는 그냥 제자리였다면 이번에는 빚을 갚고 세금 내고하다 보면 오히려 없는 돈에 빚까지 더 떠안게 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 우스울지 몰라도 자신이 경작한 벼를 자신이 훔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냐면 바로 현실이다. 지주와 마름, 소작인들의 갈등을 그린 작품들을 몇 개 보았다. 그 작품들 속의 소작인들은 모두 과도한 부담에 괴로워했다. 물론 자신의 땅을 빌려주는 것이니 그만큼의 대가를 받는 것은 마땅하지만 있는 사람들의 욕심에 정도가 어디까지일지는 짐작할 수 없다.
시대가 흘러 지금에 이르렀지만 비슷한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을 말해보자면 아마 건물주와 세입자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해결책이 있기는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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