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태준 ‘패강랭’ 총정리-줄거리/해설

한국 단편소설

by julia-ss 2022. 7. 11. 17:11

본문

반응형

줄거리

소설가인 ‘현’은 평양에서 힘든 상황에 있는 ‘박’의 편지를 받는다. ‘현’은 ‘박’을 위로하기 위해 십여 년 만에 평양에 왔다.

평양은 새로운 빌딩들이 꽤 만이 늘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시뻘건 벽돌만으로 큰 분묘 같이 된 건물이었는데 경찰서였다. 또 한 가지, 여자들의 머릿수건은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다. 현은 단순하면서도 자연스러웠던 평양 여자들의 머릿수건이 보기 좋았었다. 평양은 또 한 가지 의미에서 폐허라는 서글픔을 주었다.

‘현’은 ‘박’, ‘김’과 동일관에서 만나게 되고 오래전에 인연이 있던 기생 ‘영월’을 만난다. ‘현’과 ‘김’은 머릿수건에 대해 언쟁을 벌인다. ‘영월’의 노래에 ‘박’은 눈물을 글썽이며 따라 부르고 ‘김’은 기생들과 서양 댄스를 춘다. ‘현’은 일본어로 소설을 쓰거나 팔릴만한 글을 쓰라는 ‘김’의 충고에 컵을 던지며 화를 낸다.

‘현’은 강가로 내려와 주역에 있는 서리를 밟거든 그 뒤에 얼음이 올 것을 각오하라는 뜻의‘이상견빙지’라는 말이 생각났다. 배하나 지나가지 않는 강가에서 현은 바람은 없지만 등골이 오싹 해지는듯하여 술이 확 깬다.

 

등장인물

: 일제 강점기 현실에 고뇌하는 지식인이자 소설가이다. 오랜만에 방문한 평양에서 전통적인 모습과 고유한 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회의적 감상에 젖게 된다.

 

: 현이 친구이다. 평양의 고등 보통 학교 조선어 교사이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소외되면서 자신의 사회적 역할에 한계를 느끼는 인물이다.

 

: 박과 마찬가지로 현의 친구이자 실업가인 동시에 평양 부회 의원이다. 매우 현실적인 인물로 친일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항일 문학적 성격

일본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후에 조선과 동일한 조상을 갖고 있다는 이론인 내선 일체론을 내세우며 민족 말살 정책을 추진했다. 창씨개명을 통해 이름과 성을 일본식으로 고치고 신사 참배를 강요하고 황국신민 선언까지 강압적으로 하게 했다. 일본 문자, 일본말을 사용하도록 하는 등 세뇌 작업에 몰두했다.

이태준의 ‘패강랭’이 발표된 1930년대가 바로 일제의 탄압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이 작품을 통해 일제의 문화 말살 정책을 고발하고 있다. 소설가인 ‘현’이 여러 제약을 받고 있는 처지와 친구이자 조선어 교사인 ‘박’의 처지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서글픔을 느낀다. 반면 ‘김’은 일제에 아부해 일본말을 쓰고 있다. 이것은 일제의 문화 말살 정책을 비판하려는 작가의 저항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응형

 

작품의 포인트

 

 

 

제목의 의미

대동강의 옛 이름이 바로 패강이다. 작품의 제목 ‘패강랭’은 대동강 물이 차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절적으로 겨울이라는 것을 뜻하고 있는 동시에 시대적으로 일제 강점하의 현실을 나타내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밤 강물은 시체와 같이 차고 고요하다’라는 소설의 마지막 문장 역시 제목과 연관성 있게 마무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때 ‘밤’은 암흑과도 같은 일제 강점하의 시대적 현실을 의미한다. ‘강물’은 그런 세월을 나타내며, 그러한 세월이 죽음과도 같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시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평양이라는 공간의 의미

평양은 고구려의 옛 도읍지였다. 과거 우리나라의 중심이었던 역사적 기억이 있는 곳이며 근대 조선 사회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평양’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는 조선을 대표해 제국의 지방 문화로서 조선 문화의 고유함과 특수성을 대변하는 공간이라는데 있다.

 

시 한 구의 의미

‘박’이 읊은 시는 신채호의 ‘백두산도중’이라는 한시이다. 이 작품은 독립군 양성 기지를 백두산에 구축할 것을 생각해 답사를 겸해 백두산을 등반하고 쓴 것이다. ‘박’은 이 시를 통해서 식민지가 된 조선과 자유가 박탈된 현재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과 비슷한 시의 내용에 눈물이 나고 한숨이 났다.

신채호의 ‘백두산도중’의 3, 4연은 ‘산도 물도 다한 곳에서 한스럽다, 내 뜻대로 노래 통곡 그것도 어렵네’라는 의미이다. 3연 ‘수궁산진처’는 백두산을 가리키는 동시에 그 국토가 식민지가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4연 ‘임정가곡연난위’는 표현의 자유가 박탈된 상황을 뜻한다. ‘패강랭’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조선어 교육 폐지’와 호응한다. 이태준은 신채호의 한시 ‘백두산도중’의 인용을 통해 시대적 상황과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총평

우선 이 작품은 제목이 생소했다. 뜻을 알고 나니 이런 뜻이었구나 하고 이해가 되었지만 생소함은 여전하다. 아마 시간이 지나 다시 이 단어를 보게 된다면 이것이 무엇이었지 하면서 잠시 떠올릴 시간을 가질 것만 같았다.

변한 평양의 모습만큼 씁쓸해진 현실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평양이 변한 것은 단순히 겉모습만이 아니었다. 일제 강점기에 변해버린 사람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우리 것을 지키고 싶어 하는 ‘현’과 ‘박’, 그리고 ‘명월’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김‘과 같은 친일행각을 하는 인물들이 싫었다. 그런 행위보다 짜증 나는 점은 바로 그들의 당당함이었다. 부끄러움과 죄책감이라고는 볼 수 없는 그들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며 핀잔을 준다.‘현’과‘박’등의 인물들로 대표되는 이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소신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이 작품은 짧은 내용에 한시를 인용해 더 강한 저항의식을 보여준다. 짧지만 압축적으로 보여준 일제 강점기 당시의 모습이 강한 인상으로 남는다.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