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팔선 접경지역의 마을, 성삼이가 지나가면 다들 뭔가를 겁내는 눈치다. 성삼이는 밤나무를 보고 그 나무에 기어 올라갔다. 어린 시절 남의 밤나무에 올라간다고 호통을 치시던 혹부리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동네 임시 치안대에 갔더니 청년 하나가 포승줄에 묶여있었다. 이 마을에서 처음 본 젊은이였다.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본 성삼은 깜짝 놀란다. 어린 시절 단짝 친구인 덕재였던 것이다. 성삼이는 자기가 호송하겠다고 말하고 그렇게 둘은 동구 밖을 벗어났다.
성삼은 덕재에게 그동안 사람을 몇이나 죽였냐며 심문했다. 농민 동맹 부위원장씩이나 되면서 왜 피하지 않았냐고 무슨 임무를 맡은 게 있냐고도 물었다. 덕재는 자신은 그저 가장 가난한 농부의 자식이라 그 직책을 맡았다며 자신에게는 농사짓는 재주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덕재는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덕재 자신도 피난을 가려고 했지만 아버지와 농사에 대한 애착 때문에 ㅍ난을 가지 않았다고 성삼에게 털어놓았다.
성삼이는 고갯길을 내려오며 학 떼를 발견하고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에 잠긴다. 성삼과 덕재는 학을 잡아 얽어매 놓고 장난을 친 적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냥꾼이 학을 잡으러 왔다는 소문에 둘은 학 발목의 올가미를 풀어주었던 것이다.
성삼이는 덕재에게 학 사냥이나 한 번 하자며 포승줄을 풀어 주었다. 하지만 덕재는 성삼이가 자신을 쏘아 죽이려는 줄 알고 오해한다. 그러나 곧 성삼이의 재촉에 덕재도 무언가를 깨닫고 잡풀 새를 기기 시작했다. 때마침 학 두세 마리가 유유히 날고 있었다.
황순원은 초기 단편소설에서 현재형 표현을 주로 썼고 거기에는 감각적인 묘사까지 있다. 그래서 황순원의 소설을 ‘시적인 소설’이라고 말한다.
또한 함축성이 강한 간결한 문장과 치밀한 구성으로 단편 소설을 썼다.
한국인의 근원적인 정신과 관련된 시대적, 사회적 문제에 폭넓게 접근하여 한국인의 한과 토석적인 것에 대한 작품을 썼다.
성삼 : 덕재와 한 마을에서 자란 친구로 전쟁 때 치안 대원이 되었다.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농민 동맹 부위원장을 했었다는 이유로 잡혀온 덕재를 보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린다. 어린 시절 덕재와 함께 했던 학사냥을 떠올리며 덕재를 풀어준다.
덕재 : 성삼과 어린 시절 친구로 빈농이라는 이유로 농민 동맹 부위원장이 되었다. 선량하고 순박한 마음씨를 지녔다.
이 작품에 나타난 갈등은 외적으로는 성삼과 덕재가 각각 속한 진영 간의 대립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삼의 마음속에 덕재를 호송해야 하는 역할과 덕재와 우정을 나누었던 과거의 인간적인 모습을 되찾고자 하는 마음이 충돌하면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마을에서 포승줄에 묶인 덕재를 보고 호송하게 된 성삼이는 동구 밖을 나와 고갯길을 넘으며 갈등이 고조된다. 하지만 고갯마루에서 어린 시절 덕재와 했던 학 사냥의 추억을 회상하고 결국에는 들판에서 성삼이 덕재를 풀어주게 되면서 갈등이 해소되는 모습이다.
학’은 이 작품에서 순수함, 깨끗함 등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즉 ‘백의민족’인 우리 민족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현실과는 상관없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학의 모습을 통해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벗어나 예전처럼 평화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작가의 주제 의식이 이 ‘학’에 담겨있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학’이라는 소재는 주제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쓰였다. 자유와 평화,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학은 성삼과 덕재의 우정 회복과 덕재의 자유를 의미한다. 이 학은 작품의 마지막에는 유유히 하늘을 날며 작품의 대미를 장식한다.
갈래 : 단편소설
성격 : 휴머니즘, 심리적 사실주의
시점 : 3인칭 관찰자 시점 (부분적 전지적 작가 시점)
배경
-시간적 배경 : 1950년 6.25 전쟁 당시 가을
-공간적 배경 : 삼팔선 가까운 북쪽 마을
주제 : 이념과 사상을 초월한 인간애의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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