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에서 2019년 2월 11일부터 3월 19일까지 방영되었던 월화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12부작이라는 짧은 분량이 너무 아쉬울 정도의 드라마였습니다.
주어진 시간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여자와 누구보다 찬란한 순간을 스스로 내던지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남자,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시간 이탈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여기서 주어진 시간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여자는 혜자입니다. 혜자는 어린 시절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손목시계를 주웠습니다. 이 시계는 사용하는 만큼 신체나이가 더 빨리 흐른다는 대가가 따르기 때문에 안 쓰고 있었는데 어느 날 택시운전을 하던 아버지가 트럭에 치여 죽음을 맞이하게 되자 사고를 막기 위해 시간을 여러 번 돌려 아버지를 죽음에서 구해내지만 그 대가로 나이를 먹어버립니다.
그렇게 늙어버린 삶을 살아가는 혜자는 사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노인이었습니다. 이러한 반전을 알고 나서 앞부분을 다시 보니 드라마가 또 다르게 보이는 면이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아나운서 지망생이었던 혜자는 기자였던 준하와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됩니다. 아들인 대상을 낳고 행복하게 살았지만 준하가 민주화 관련 운동과 얽혀 잡혀가 사망하자 미용실을 운영하며 독하게 살아야만 했습니다. 교통사고로 대상이 한쪽 다리를 잃는 아픔을 겪지만 혜자는 대상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 대상을 모질게 대하고 대상은 그런 어머니를 원망하며 살았습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혜자는 그때가 마음이 아파 시계를 돌려 아버지의 사고를(실제로는 아들의 사고) 막기 위해 간절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었습니다. 아들의 사고를 막지 못한 것이 얼마나 한이 되었을까요?ㅠ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매화가 눈물의 연속이었습니다. 중간중간 배치되어 있는 재미있는 요소들도 터지는 눈물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감동적인 드라마입니다. 마지막 회에서는 치매 증상이 심해진 혜자가 결국 며느리와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게 됩니다. 서로를 아껴주었던 혜자와 며느리, 기억을 잃은 혜자의 곁을 변함없이 지키고 무뚝뚝하고 상처 많은 남편도 보듬어주는 심성 고운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어느 눈 오는 날 사라진 어머니를 찾아다니던 대상은 눈을 열심히 쓸고 있는 어머니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그동안 눈 오는 날이면 자신을 위해 눈을 쓸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어머니의 사랑에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이 장면은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잊히지 않는 장면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대사까지 기억이 납니다. 아들은 몰라요부터 시작해서 몰라도 상관없다는 혜자와 한 번도 안 넘어지고 잘 다녔다고 말해주는 대상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을 것입니다.
이 감동적인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볼 때는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휴지입니다. 휴지 없이 이 드라마를 본다? 그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대상, 안내상 배우님만 나오면 장면들이 얼마나 하나같이 슬프던지...
아직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꼭 한번 보시기를 추천하는 드라마입니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백상 예술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혜자 배우님이 이 대사를 하실 때 많은 사람들이 눈물짓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이 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이야기 같습니다. 돌아보면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던 살 가치가 있는 이 삶, 눈이 부신 지금을 누리면서 살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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